“노조포획 정당 오명 벗어야” 野혁신위원 “임금피크제 수용하자”

입력 2015-08-17 17:21

새정치민주연합에 쓴소리를 해온 30대의 이동학 혁신위원이 17일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핵심인 임금피크제의 수용을 주장하며 당의 정책 전환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지도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 및 노동·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정식 출범도 하기 전에 논란이 확산될까 '진화'에 부심했지만 일각에서는 혁신위원의 '돌출행동'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 위원은 이날 문재인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형식으로 페이스북에 띄운 글에서 문 대표의 전날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을 언급, "당장의 현안도 풀어내지 못하는 정치세력이 원대한 공약을 말한들 국민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라며 "우리 당이 노동문제부터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계는 정년연장의 대상인 분들에게 아프지만 내려놓자고 말해야 한다"며 "혹자는 정년 연장 대상자들의 임금을 깎는다고 실업상태의 청년들이 구제되는 것이냐고 묻지만, 청년고용 효과와 별개로 노동계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신 장시간 저효율로 우리의 저녁을 빼앗아가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양보'를 기업에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우리 당이 당장 노조설득에 당장 나서야 한다. 10%의 '조직노동'은 우리 사회의 상위 10%가 됐고, 90%의 노동자 또는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못한 자들은 거대한 사각지대가 됐다"며 "상위 10%의 조직노동을 양보와 타협의 길로 이끄는 것은 바로 우리 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에 고개를 숙이는 것도, 한국노총의 뒤통수를 치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노조에 의해 포획당한 정당이란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당의 노동개혁 기조에 '반기'를 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지도부는 차이점보다 유사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위원의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노동시간 절약제 이런 뜻으로,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수 있는 제도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배석한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노사 자율협약에 따른 임금피크제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당 입장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원내 관계자들은 이번 주장에 대해 "개인의견일 뿐"이라거나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언급을 꺼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동개혁 관련 당 특위가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 같은 주장이 나오면서 전략수립에 혼선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견을 전제로 "청년당원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혁신위원 신분을 명심했으면 한다"며 "지금은 혁신위원 임무에 충실하고 다른 부분은 이후에 해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