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5.24 재제조치 정치권 논란...해법은 없나

입력 2015-08-17 16:49
새누리당 대북규탄결의안 채택. 국민일보DB

광복 70주년 기념일을 전후로 5·24 대북조치 해제 문제가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북 대화를 제안하자, 야당이 먼저 재제 해제를 촉구했고, 여당이 즉각 이를 일축했다. 보수여당과 진보야당 간 논리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대북 관계개선을 위해서라도 차제에 5·24조치 해제를 위한 반전 카드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선제적 5·24 조치 해제’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비록 정부가 유화 제스처를 이어간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대북 재제 조치까지 먼저 풀만한 분위기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여당이 진지한 검토 없이 거부해 유감스럽다”고 비판하자, 김 대표는 “오래된 이슈이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검토한 사안”이라고 맞받아쳤다. 야당에 앞서 미리 선제적으로 검토한 결정임을 강조해 대북 이슈에서 우위를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어 정부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협력에 대해선 “대북 지원을 적극 확대하고 대통령이 제안한 인도적 대화 제의를 적극 지지한다”고 찬동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5·24 조치는 천안함 폭침에 따른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라는 안보상 조치인데 북한이 사죄는커녕 도발을 이어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를 해제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여권에선 문 대표가 안보 문제를 활용해 대권 행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난데없는 대북 메시지 쟁탈전이 벌어진 것은 최근 북한을 둘러싼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란 핵협상 타결에 따라 북핵 6자회담 참가국 간의 양자·다자 면담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승리 기념일)이나 하반기 주요 정상회의 등에서 북핵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야당이 이를 치고 나가면서 정치권으로 북한문제가 확대된 것이다.

특히 5·24 조치 해제는 북한이 내세운 남북대화의 주요 전제조건 중 하나다. 2010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천안함 피폭 사건을 계기로 남북간 교역 및 지원 사업의 전면 중단을 선언하는 5·24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북한은 줄곧 이를 해제해줄 것을 요구해왔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일축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경우 이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은 되레 협상 테이블을 거부한 채 무조건적인 재제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무력 도발이나 사이버 공격을 지속하면서 양국은 이를 논의할 만한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 사회의 대북 논의에서 남측이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형국이다 보니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확대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국제 사회 속에서 보다 대북 주도권을 확실하게 쥘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주변국 외교에서 대북정책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데 익숙지 않다 보니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이니셔티브를 쥘만한 기회를 많이 놓친 게 사실”이라며 “대북 정책을 정쟁 수단으로만 삼지 말고 정부와 정치권이 최소한의 합의를 이뤄 대북 관계 전환을 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