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대 총선 ‘공천전쟁’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전략적 제휴’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한목소리로 정부 실책을 비판할 뿐 아니라, 그동안 정치적 입장이 달라 접촉면이 없던 인사들끼리도 서로 물밑에서 활발한 ‘스킨십’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비박 진영이 움직이자, 친박(친박근혜)계도 대립각을 세우며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간 투쟁은 물론, 당내 세력 재편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DMZ 지뢰도발 놓고 한목소리 낸 비박=친박 주류와 비박 비주류 간 전선은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사건으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으로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한동안 공식활동을 자제했던 유승민 의원의 행보였다. 유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DMZ 도발에 대한 정부내 엇박자를 비판하며 “이거 좀 정신 나간 짓 아니냐”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박 중진이자 국회 국방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이 바로 다음날 유 의원과의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국가안보와 관련한 국정시스템의 총체적 혼선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최근 오찬회동을 갖고 2시간 넘게 정치현안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과 정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각각 박근혜캠프와 이명박캠프의 핵심 참모로 뛰면서 서로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사이였다. 과거 정치적 ‘숙적’이 이제는 비박 핵심이라는 동질체를 구성한 셈이다.
유 의원 행보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측근 의원들과의 회동도 재개할 예정이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주축인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도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경실모는 지난 11일 모임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재계 반대로 흐지부지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친박의 반격…핵심은 공천권 힘겨루기=소수그룹으로 쪼개졌던 비박이 뭉치는 모습을 보이자, 친박 진영도 반격에 나섰다. 당내 친박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을 초청한 세미나를 열고 친박 의원 40여명의 세를 과시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경계 실패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며 “왜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는 없고 (아군에) 설탄(舌彈)을 뿌려대느냐”고 말했다. 유 의원의 “정신 나간 짓” 발언을 염두에 두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최고위원도 지난 13일 “아군 진지에 설탄을 쏘는 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친박이 이처럼 포문을 연 것은 실제로는 내년 총선을 앞둔 힘겨루기 차원이란 해석이 다분하다. 김무성 대표가 밀어붙이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실제 도입될 경우 청와대발(發) 전략공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가 살아남아야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최대한 미룰 수 있고 이를 통해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윤 의원이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어서 해결책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오픈프라이머리,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정치개혁 논의에 대해 “임시방편적”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김 대표가 “발언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분명히 해 달라”고 하자, 이 최고위원은 “오픈프라이머리는 절대 해당되는 게 아니다”고 서둘러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만큼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둘러싼 친박과 비박 간 전운은 앞으로도 훨씬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공천전쟁’ 앞두고 비박계 전략 제휴 움직임
입력 2015-08-17 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