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고(故) 장준하 선생 40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과거 독재권력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문 대표는 최근 백범 김구 선생 묘소를 참배하고, 약산 김원봉 선생에 대한 독립유공 서훈을 주장하는 등 근·현대사 인물을 재조명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경력도 거론하는 등 광복 70주년을 맞아 부쩍 역사적 ‘정통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표는 경기도 파주 장준하공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선생의 죽음은 위대한 민족 지도자의 죽음일 뿐 아니라 일제와 독재에 대항한 정의의 좌절이었다”며 “선생의 죽음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의 큰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고인의 의문사 의혹과 관련해선 “선생의 죽음을 통해 민족의 정통성 앞에 부끄러워하는 독재권력의 실체를 알게 됐다. 치부를 감추기 위해 어떤 악랄할 짓도 하는 속성도 알게 됐다”며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 한을 풀겠다”고 밝혔다.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5년 의문사했다. 문 대표의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가 지난 2월 취임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과는 다소 달라진 행보다.
문 대표의 연이은 근대사 재조명은 친일·독재 논란이 있는 과거 정부와 항일·민주화 운동을 이근 역사적 인물들을 대조시키면서 진보 진영을 결집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여권 인사들의 친일 경력을 언급하는 일이 잦아졌다. ‘장준하 의문사 진상조사위’ 위원장을 맡은 유기홍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창씨명 다카키 마사오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부친의 친일행적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라도 장준하 선생 암살의 진상을 밝히고 민족정기를 바로세우는 일에 두 분이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최근 새정치연합에서는 홍영표 의원이 조부의 친일 경력을 공개 사죄한 바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조부 우당 이회영 선생이 만든 신흥무관학교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암살’ 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문재인의 근대사 조명…김구 김원봉 장준하
입력 2015-08-17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