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와 나바로·피가로 ‘우정과 냉정 사이’… 승부는 달랐다

입력 2015-08-17 15:50

한화 이글스의 ‘희망’과 삼성 라이온즈의 ‘기둥’이 만나 경기 승패를 떠나 유쾌한 우정을 과시했다.

지난 16일 포항구장서 열린 한화와 삼성전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들의 무대로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한화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30)와 삼성 강타자 야마이코 나바로(28)는 경기가 시작되자 재미있는 기싸움을 벌였다. 1회말 투아웃을 잡은 로저스는 타석에 나바로가 들어서자 고개를 숙이는 행동을 취했다. ‘왜 형에게 인사를 하지 않느냐’며 핀잔을 준 것이다. 결국 나바로는 ‘어이쿠 형님, 몰라봐서 죄송합니다’하는 표정으로 헬멧을 벗고 허리 숙여 ‘한국식’ 인사를 했다. 1985년생인 로저스는 1987년생인 나바로보다 2살이 더 많다. 둘은 같은 동네 출신이다. 경기 전에는 30분 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두 선수의 인연은 한화 외국인 타자 폭스에 의해 공개됐다. 폭스는 “로저스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3년간 같이 뛰었다. 포수를 맡아 로저스의 공을 받은 바 있다”면서 “삼성 나바로도 같은 팀에서 뛰었었다”고 소개했다.

둘의 맞대결은 예상대로 로저스가 약간 앞섰다. 첫 타석에서 직구가 올 것으로 예측했던 나바로는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지만 변화구에 헛스윙했고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두 번째 대결에서는 2루 땅볼, 6회에는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하지만 그냥 물러설 나바로가 아니었다. 8회 힘 빠진 로저스를 공략해 우익수 앞 1타점 적시타로 역전승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로저스는 나바로와 격의 없게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선발 맞대결을 펼쳤던 알프레도 피가로(31)에게는 달랐다. 인사도 대화도 없었다. 승부사답게 냉정을 유지했다.

피가로는 7이닝 6피안타·4볼넷·5탈삼진·4실점하고 먼저 마운드를 내려갔다. 로저스도 7⅓이닝 5피안타 5볼넷 8탈삼진 4실점(4자책점)을 기록하며 피가로 뒤를 따랐다. 삼성이 역전승을 거뒀지만 에이스 대결에서는 로저스가 근소한 우위를 기록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