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의 동반자이자 영원한 숙적인 일본은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국제축구연맹(FIFA) 대권 도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 명예회장의 직접적인 지지 호소를 놓고 머뭇거리는 협회와 다르게 축구팬들은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일본 축구팬들은 1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스포츠뉴스 게시판에서 정 명예회장의 FIFA 회장선거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내놨다. 우리나라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일본의 세계 축구계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들은 “다른 나라 모든 사람들이 돼도 한국인만은 안 된다” “일본 축구 역사에서 다시는 없을 모욕을 모두 경험할 것이다” “일본축구협회(JFA)가 지지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들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4강 진출을 심판 매수에 따른 편파 판정으로 규정하면서 정 명예회장의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돈으로 세계 축구를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지지 호소 친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다이니 쿠니야 JFA 회장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만큼 세계 축구계의 각급 단체장에게 단체 이메일을 발송해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전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지금까지 출마 입장을 밝힌 후보들 중에서는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함께 유력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 축구팬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높아진 정 명예회장의 당선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은 오후 5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그릴라 호텔에서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공약을 밝힐 예정이다. 2016년 2월 26일 FIFA 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당선할 경우 유럽과 남미 외 대륙에서 처음으로 세계 축구의 수장이 나온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정몽준 FIFA 대권 도전에 불안한 일본 “다 돼도 너만은 안돼”
입력 2015-08-17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