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방에 묘령의 조랑말이…” 포니덕후 ‘브로니’ 심상찮다

입력 2015-08-18 00:10 수정 2015-08-18 17:26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포니덕후’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포니덕후는 미국의 만화 영화 ‘마이리틀포니’에 나오는 주인공 조랑말들에 열광하는 이들을 뜻하는데요. 이들을 일컫어 미국에선 브로니라고도 부릅니다. 만화의 목표 시청자는 10대 미만의 여아지만, 다 큰 성인 남성들이 말들에 열광하는 현상은 예사롭지 않죠.

최근 한 여성이 올린 SNS 하나가 논란이 됐는데요. 그는 “큰 아들의 죽부인을 소개한다”며 “아침 이부자리를 정리하다가 기막힌 묘령의 여인을 찍어봅니다”고 설명합니다. 아들 방에 있던 것은 놀랍게도 포니 마이 리틀 포니의 주인공 핑키파이의 전신이 담긴 베개였습니다. 핑키파이는 밝고 명랑해 친구들을 기쁘게 하는 귀여운 조랑말이죠.

한 여자 중학생은 인터넷에 “제 오빠가 포니덕후”라며 “매일 저에게 포니포니 거리고 포니 노래 부르고 레인보우 뒈시 이러면서 중얼거리는데 어떡하나요”라고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오빠의 취향을 이해하라”며 여중생을 달래고 말죠.

북미와 유럽권에서는 이들 포니덕후가 군대로까지 퍼졌는데요. 이들 ‘군인 브로니’들은 꽤나 대접받는 존재로 알려졌습니다. 포니 만화에서 강조하는 우정과 협동 정신, 의리가 군의 행동규율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이유에서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역시 포니와 관련된 문제를 맞추며 네티즌들 사이에선 ‘브로니’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같은 포니덕후 열풍은 예사롭지만은 않은 현상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상성애’라고 일컫는데요. 이상성애는 고도로 비전형적인 사물, 상황, 인물 등에 강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험을 지칭한다고 알려졌죠. “한국 사회에서 어렵게 이성 친구를 사귀기보다 포니를 사랑하겠다”는 환경적 브로니도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포니덕후를 향한 분석이야 어떻든, 포니 그 자체가 가진 귀여움은 거부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조랑말들이 큰 눈망울을 반짝이며 인류 최고의 덕목인 사랑, 우정, 정의, 의리를 중시한다는 내용은 교훈적이죠. 이들, 브로니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