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에게 마약사범은 일반 범죄자들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단순한 사기나 폭행사범과 달리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막장 인생’의 전형으로 인식된다. 쉽게 가까이 힘든 사람들인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마약사범에게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이들일까. 재판을 받는 마약사범에게 접근해 징역형을 면하도록 해준다며 속이고 거액을 받아 챙긴 사기꾼들이 검찰에 붙잡혔다.
부산지방검찰청 강력부(김태권 부장검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김모(52)씨를 구속 기소하고 공범 이모(57)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10월 마약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A씨에게 접근해 “벌금형이 선고되도록 해주겠다”며 청탁금 명목으로 현금 1400만원과 2000만원 상당의 스위스제 고가 시계 4개를 받아 챙겼다. 김씨는 또 이씨와 함께 지난해 8월에도 마약사건으로 재판 중이던 B씨에게 “벌금형을 받게 해주겠다”며 1500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간 큰 사기가 가능했던 것은 김씨 역시 마약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경험이 있는 마약사범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B씨가 “어떻게 벌금형을 보장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하자 “검사가 벌금형을 구형할 때 쪽지를 적어 판사에게 주면 판사가 틀림없이 벌금형을 선고한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또 비슷한 수법으로 마약사범에게서 돈을 뜯어낸 박모(47)씨와 아내 이모(47)씨를 구속 기소하고, 공범 정모(35)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마약사범 C씨에게 “벌금형이 선고되도록 해주겠다”며 25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C씨에게 “서울중앙지검에 삼촌이 근무하고 있다”며 “벌금형을 받으려면 판·검사에 돈을 줘야 한다”며 속여 돈을 받아냈다.
그러나 C씨가 1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을 받고 법정 구속되자, 이들 부부는 인적이 드문 경남 통영시의 외딴 섬으로 들어갔다. 수사망은 물론 마약사범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딴 섬에서 5개월간 숨어 지냈던 이들 부부는 결국 검찰수사관에 덜미를 잡혔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마약사범에게 사기친 간 큰 사기꾼들...사기치고 섬으로 도망가기도
입력 2015-08-17 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