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서너 번 도서관을 찾는 박모(26)씨는 집에서 나설 때 항상 충전 케이블과 휴대용 충전기를 챙긴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을 때면 스마트폰이 방전되는 경험을 자주 겪기 때문이다. 박씨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전기를 휴대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여기고 있다. 이에 착안해 서울시는 시민이 어디서나 편리하게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도록 예산 1억5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5월부터 ‘모바일 충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시가 대여하는 충전기는 보조배터리 형태로, 충전 케이블을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충전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서비스를 잘 모른다. 심지어 구청직원들도 “그런 서비스는 없다”며 잘못 안내할 정도다. 지난달 동작구청을 찾아 휴대용 충전기를 대여할 수 있느냐고 묻자 당직 근무를 서고 있던 직원은 “충전기를 직접 가져오면 콘센트를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대여는 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날 구청 민원실에 문의한 뒤에야 담당 직원은 “담당자가 아니면 서비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평일에는 구청 운영시간에 1층 민원여권과로 직접 찾아와 신청을 하고 충전기를 대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용실적도 보잘것 없다. 서울 노원구 북서울미술관에서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단 한 명도 충전기를 이용하지 않았다. 이 곳엔 충전기 40대가 놀고 있다.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는 충전대 5개와 충전기 56대가 있지만 월평균 이용자는 200명 정도다. 하루 평균 7명이 종일 이용한다고 해도 충전기 50대는 사용되지 않는 셈이다.
서울시가 2013년 시범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한강캠핑장, 수영장, 스케이트장 등 레저시설에 충전기를 비치해 많은 시민들이 이용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면서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굳이 구청이나 보건소에까지 가서 충전기를 빌리는 시민은 드물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현재 공공기관 354곳에 충전기 5171대를 비치하고 있다. 대여 기관과 충전기의 수가 많아지면서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실이나 고장 난 충전기는 기관에서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만 AS를 하는데 실질적으로 현황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운영 기관이 너무 많다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정보기획담당관 관계자는 17일 “지난해엔 한 달 평균 2000여명이 이용했으나 충전기를 확대 설치하면서 올해 5월에는 6700명, 지난달에는 8000명가량이 충전 서비스를 이용했다”며 “공공기관을 찾아 이용하는 시민들이 예상보다 적어 실적 우수 기관에 추가로 보급하고 저조한 기관은 회수해 수요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1억5000만원 들인 서울시 스마트폰 무료 충전 서비스… 시민들 “잘 몰라요”
입력 2015-08-17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