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차이나 쇼크’···7월 판매량 하락에 톈진항 피해까지

입력 2015-08-16 17:46
현대기아차가 ‘차이나(중국) 쇼크’에 빠져들었다. 최근 4개월 만에 중국 시장 월간 판매량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판매량이 이렇게 급감하기는 중국 진출 13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2일에는 톈진항 물류창고 폭발사고로 차량 수천대가 손실되는 피해까지 입었다. 중국 차 시장의 성수기가 시작되는 9월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여건이 만만치 않다.

16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 등 현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베이징현대(현대차)는 5만4160대, 둥펑위에다기아(기아차)는 3만8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각각 32.4%, 33.3% 급감한 수치다.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판매량은 올들어 매달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3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을 합친 실적은 16만1553대였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8만4168대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현대기아차의 부진이 유독 심한 상황이다. 지난 6월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7.3%로 전달의 9.1%보다 무려 1.8% 포인트나 감소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달 10%선을 꾸준히 유지했던 점유율이지만 지난 5월부터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렸다. 올해 상반기 누적 점유율은 9.2%로 연간 점유율 10% 달성이 사실상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소비심리 위축으로 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중국 토종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서다.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자국 기업 지원도 한 몫 하고 있다. 경쟁업체인 GM, 폭스바겐 등이 대대적인 할인공세에 나서면서 현대기아차가 판촉 경쟁에서 밀린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톈진항 사고도 현대기아차를 덮친 돌발악재다. 사고 당시 야적장에 있던 현대기아차 4000여대가 전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액 규모는 1600억원대로 추산된다. 베이징현대에서 생산하지 않는 제네시스, 에쿠스 등 고급 차종들이 몰려 있어 피해액이 커졌다. 보험으로 전액 보상이 되기는 하지만 차량 판매·인도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중국에 신차를 대거 투입하고 공세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등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중추절, 국경절 등 연휴가 몰려 있는 9월부터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9월 신형 투싼과 10월 신형 K5를 출시하는 등 신차를 투입하고 공세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면 하반기에는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