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출소 이후 연일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년7개월의 수감생활에 따른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복귀를 대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최 회장은 당분간 자택에 머물며 휴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 회장은 그러나 16일까지 출소 이후 3일 연속 회사로 출근했다. 최 회장은 14일 0시 의정부 교도소를 나온 뒤 곧바로 서울 종로구 SK본사로 이동해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경영진과 만났다. 광복절 휴일인 15일과 16일에도 본사에 나와 각종 업무를 챙겼다.
14일 그룹 경영진과의 모임은 최 회장의 장기간 공백을 고려한 상견례 성격이 짙었다. 15일부터는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착수했다. 최 회장은 김 의장과 각 계열사 사장, 그룹 내 일부 임원들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본 방향을 논의했다. 16일에는 그룹이 처한 현안과 각종 업무파악에 열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경영 상황을) 파악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또 향후 대외 일정에 대해서는 “오늘 얘기해보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내부에서는 조만간 최 회장이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도 개별적으로 만나 구체적인 경영 현안에 대해 본격 논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회장이 서둘러 경영 복귀에 나선 이유는 SK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룹의 양대 핵심 사업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은 최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성장이 정체됐다. SK는 올해 도전한 KT렌탈 인수나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도 실패를 맛보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노동 개혁에 부합하는 SK그룹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하고, SK하이닉스 등 주력 계열사의 추가 투자 등 결정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SK관계자는 “최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지만, 집에서 마냥 쉬면서 복귀시점을 저울질 할 만큼 경영환경이 여유롭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최 회장 본인도 ‘하루속히 경영 정상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번 주 중 SK하이닉스 공장이나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 등 대외적 활동을 통해 공식적으로 경영에 복귀했음을 대내외에 알릴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차원에서 내수활성화 방안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최태원 출소 직후 그룹 정상화 ‘잰 걸음’…연휴 기간 내내 출근
입력 2015-08-16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