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랑 다를 게 뭐냐”… ‘연세토토’ ‘한양대란’ 바뀐 수강신청에 대학생 패닉

입력 2015-08-16 17:39

가을학기를 앞둔 캠퍼스에 다시 수강신청 대란이 찾아왔다. ‘연세토토’(연세대+스포츠토토) ‘한양대란’(한양대+수강대란)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취업을 위해 ‘스펙’을 높이려는 학생들은 학점 잘 주기로 소문난 강의에 몰려든다. 학교 전산망의 수강신청 시스템은 한꺼번에 클릭해대는 학생들을 감당치 못해 다운되는 일이 다반사다. 인기 강좌 수강에 성공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수강권을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가까이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대학이 거대한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탓이다. 주요 대학들이 올해 새로운 수강신청 방식을 도입해 혼란을 줄여보려 했지만 되레 혼선만 빚으며 원성을 사고 있다.

연세대는 이번 학기 수강신청에서 마일리지 선택제를 도입했다. 학생들이 주어진 마일리지를 듣고 싶은 과목에 적절히 배분하는 방식이다. 선착순에서 벗어나 학생의 수강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 6~11일 이 방식으로 수강신청이 진행됐고, 12일 그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의 불만은 변함이 없다. 연세대 학생 홍모(25)씨는 16일 “절반에 가까운 마일리지를 듣고 싶었던 인기 강의에 배분했는데 수강신청에 실패했다”며 “결국 비인기 강의만 몇 개 남았다. 베팅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수강신청 방식이 도박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마일리지 선택 방식을 도박에 빗대 ‘연세랜드’(연세대+강원랜드) ‘연세토토’(연세대+스포츠토토) 등으로 풍자한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때 다른 학생들이 해당 강의에 마일리지를 얼마나 배분했는지 알 수 없는 ‘묻지마 베팅’ 방식 때문에 혼란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한양대는 그동안 하루에 한 학년씩 수강신청을 받았는데 이번 학기에는 대기시간을 줄이려 1·2학년부터 2개 학년씩 동시에 신청을 받았다. 수강신청 첫날인 지난 11일 약 1만명이 몰리면서 과부하로 시스템이 다운됐다. 학교로부터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안내 문자를 받을 때까지 학생들은 약 3시간 동안 혼란에 빠졌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학교는 “시스템 장애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문과 함께 조정된 일정을 공지했다. 공지가 나올 때까지 학사팀 홈페이지를 합성한 ‘허위 공지’가 나돌기도 했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때문에 일정을 다 바꿔야 한다”며 ‘한양대란’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양대 학생 전모(24)씨는 “학교가 준비를 대충 한 것 아닌가. 이대로 수업을 듣지 못하면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했다. 총학생회는 “강의가 학생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교원 확충 등 근본적 해법이 없으면 수강신청 대란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