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집권비전 선언으로 차기 주자 이미지 굳히기

입력 2015-08-16 17:19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16일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은 한 마디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도약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일에 준할 정도로 강화하고, 6자회담 당사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자며 내놓은 남북경제연합, 한반도 평화구상의 '버전 업'이라는 것이 문 대표측 설명이다.

이날 회견은 문 대표가 북핵 해결, 경제 돌파구 마련이라는 두 가지 기조를 제시한 뒤 당내 전략 담당자, 민주정책연구원,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준비됐다고 한다.

문 대표는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 뒤 새로운 성장전략을 '한반도 신경제지도', 즉 경제활동 영역을 북한과 대륙으로 확장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부산-남·북 동해안-중국-러시아를 잇는 북방 트라이앵글과 부산항을 중심으로 북의 나진-선봉항, 남의 일본 니카타항을 연결하는 남방 트라이앵글을 포괄하는 '환동해 경제권' ▲목포·여수-인천-해주-개성, 목포-남포-상하이를 각각 잇는 '환황해 경제권'을 신경제지도의 양 날개로 제시했다.

★문 대표 측은 환황해 경제권이 '호남 살리기' 구상까지 담고 있는 만큼 목포에서 회견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경제통일'을 실현하려면 북핵문제 등 평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보고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남북, 북미 간 '2+2회담' 병행을 제시했다.

특히 남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하면서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주문한 뒤 여야 양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문 대표 측은 대북 경제협력의 일정한 기준을 만든 뒤 그 기준 내에서 교류를 허용하는 일종의 '대북규제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결국 여야 대표의 공개서한 수준에서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서한 제안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외교 정상화 과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함께 보내온 서한을 통해 정치적 부담을 던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회견 준비 과정에서 북핵 문제만 거론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문 대표는 경제와 북핵을 모두 포괄하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2 회담'은 당내 북한통인 홍익표 의원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문 대표 측은 경제통일론 구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나 당 산하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에 별도 소위를 꾸리고, 9월중 전경련과 대북 경협 강화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 등을 개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회견은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임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 등 일본의 과거사 후퇴 움직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문 대표 측은 "사실 아베 총리의 담화만 놓고서도 1시간짜리 회견을 할 수 있지만 백화점식 나열을 하면 초점이 흐려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 측은 회견문 준비 도중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이 터짐에 따라 화해와 협력에 초점을 맞춘 회견의 기조 변경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원래 계획대로 가자고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불거진 당내 분란이 어느 정도 잠잠해짐에 따라 문 대표가 다시 대선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비주류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별도 기자회견까지 개최한 것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야권의 유력한 주자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문 대표 측은 박 대통령의 경축사 전에 회견을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문 대표가 "우리는 그냥 우리 얘기를 하면 된다"고 해 예정대로 이날 회견을 진행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17일 장준하 선생 40주기 추모 행사,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문 대표 측은 "야당 대표가 8·15 회견을 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박 대통령의 경축사를 참고하긴 했지만 회견 기조에 큰 영향은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