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광복·설립 70주년 남산교회와 경동교회 교환예배

입력 2015-08-16 17:22

“경동교회 교우 여러분! 환영합니다. 남산교회”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기독교대한감리회 남산교회(이원재 목사) 본당 앞에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동교회(박종화 목사) 교우들을 환영하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경동교회 성가대원들이 차례로 입장해 성가대석에 자리를 잡았다.

“하나님은 남산교회와 경동교회에 똑같은 하나님이십니다. 이원재 목사께서 올해 초 제안한 대로 오늘 강단교류 예배를 갖게 됐습니다. 교회의 하나 됨과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합시다.”

주일2부 예배 설교자로 선 박종화 목사가 말씀을 선포하자 남산교회 성도들 사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자유와 복음’을 제목으로 설교한 박 목사는 “어떤 예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내용으로 설교를 듣고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며 “가난한 자와 병든 자, 영적으로 목마른 자를 찾아 돌봄을 실천하고 진정한 해방을 만들어나가자. 남산교회여 일어나라”고 권면했다.

같은 시각 서울 중구 장충단로 경동교회 강단에 선 이원재 목사는 “우리에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할 사명이 있다”며 “주님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자에게 이 모든 것을 더하시리라고 말씀하셨다”고 설교했다.

두 교회는 이날 설교자와 성가대를 맞바꿔 주일 1·2부 예배를 진행했다. ‘장감(장로교·감리교)’이 연합한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와 연합) 교환예배’였다. 교파와 교단이 다른 두 교회가 담임목사는 물론 성가대까지 바꿔 주일예배를 드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후 2시에는 남산교회에 함께 모여 ‘통일선교 포럼’도 열었다. 포럼에서 전 통일부 차관 양영식(성문교회) 원로장로는 ‘분단코리아 70년, 교회의 사명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한국교회, 특히 통일선교 일꾼들은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정치적 구호에 들뜨기보다 다니엘처럼 먼저 하나님께 무릎 꿇고 쉬지 말고 기도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교회는 서울 영락교회(이철신 목사), 성남교회(허정강 목사)와 함께 1945년 12월 2일 설립돼 ‘광복기념교회’로 불린다. 함경도와 평안도 등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세운 이들 교회는 한국교회사에 한 획을 그으며 한국전쟁 이후 사회복지와 교육, 민주화운동, 장로교단 분열 등 굽이치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강단과 성가대 교류에 대한 성도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남산교회 신형목(68) 원로장로는 “뜻깊은 주일 하루였다. 분열이 많은 한국교회에 오늘 예배가 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올해 설립 70주년을 맞은 남산교회와 경동교회가 ‘광복기념교회’로서 교회부터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고 한반도 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하려고 강단교류예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두 교회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민족복음화에 앞장서며 한반도 평화통일에 일익을 담당할 계획이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