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목함지뢰 도발에도 불구하고 7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 메시지를 놓지 않았다.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언급하면서도 이산가족 상봉 등 현안에 대한 납북 협력에 나서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15일 경축사에서 “최근 미국과 쿠바의 수교, 이란 핵협상 타결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변화와 협력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목함지뢰 도발은 물론 지속적인 핵개발, 사이버 테러 등으로 국제 사회의 안보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대목까지는 2013년과 2014년 경축사와 마찬가지 흐름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70년 눈물과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드리는 일에 북한이 성의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한다”면서 6만여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에 전달하겠다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서도 ‘보복’이 아닌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통한 ‘평화’를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도발을 통해 새로운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게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남북한 젊은이들이 총부리를 겨누는 DMZ에 하루속히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한다”고 했다.
나아가 홍수 가뭄 전염병 등에 대한 한반도 안전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의 문제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은 대립과 갈등의 골이 훨씬 깊었던 1972년에도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었다”며 “지금도 북한에게 기회가 주어져있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 주민과 해외 동포를 직접 언급하며 평화통일 의지를 새롭게 피력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대북메시지에 따라 정부도 즉각 후속조치에 나섰다. 통일부는 남한 이산가족 6만여명 현황을 파악해 다음달 중순까지 북측에 일괄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정부가 나서서 이산가족 전부에 대한 확인 절차를 밟는 것은 처음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MBC 방송에 나와 “분단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 논의가 가능하다면 남북간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대북 평화 메시지에 북한이 응할지 여부다. 이란 핵협상 타결이후 북한은 남북대화를 제쳐놓고 되레 무력시위를 통한 강경대응 수위만 높이고 있다. 남한보다 얻을 게 더 많은 미·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포석이다. 또 하나 걸림돌은 우리 정부가 북한이 대남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5·24조치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측의 ‘선 대화, 후 제재 해제’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 전문가 대다수가 “아직 북한이 대남 대화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 최고지도부가 박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좀더 지켜봐야 향후 남북관계의 구도가 드러날 전망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북한도 쿠바처럼’ 朴대통령 대북 메시지 분석
입력 2015-08-16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