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수여하는 ‘올해의작가상’은 미술계의 ‘쾌속 등용문’이다. 제1회 수상자인 문경원·전준호팀이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로 선정된 것만 봐도 그렇다.
2015년 후보작가 4명에 선정된 나현(45) 작가를 후보작이 전시 중인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 12일 만났다. 그의 작품 ‘바벨탑 프로젝트-난지도’는 작가별로 할당된 132㎡(40평) 공간을 사실상 1점의 구조물로 채운 것이어서 시각적으로 압도한다.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계단식 벽돌 구조물에 서울 난지도에서 채집한 귀화식물을 식재했다.
-바벨탑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고, 난지도는 생태 복원의 성공 사례다. 맥락이 이해가 안 간다.
“민족 코드로 둘을 연결시켰다. 창세기에 따르면 하나님이 노해 다양한 언어를 쓰게 했더니 인류가 바벨탑 쌓기를 중단했다고 한다. 바벨탑은 곧 다양한 언어와 민족의 출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난지도는.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은 군사독재시절 산업화의 산물이다. 그 시대에 민족이라는 용어가 정치적으로 가장 많이 동원됐다. 그러나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건 신화에 불과하다고 역사가 말해주지 않나.”
-민족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2008년 유학에서 돌아오니 한국에 외국인, 특히 동남아 이주노동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게 눈에 띄더라. 다문화의 거점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부터 찾았고 그런 리서치 결과를 모아 2012년 성곡미술관에서 ‘나현-보고서-민족에 관하여’전시도 열었다.”
-제목에 프로젝트라는 용어를 썼는데.
“작품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이번 연구도 2012년부터 해왔다. 우리 민족의 시원을 찾아 시베리아로, 디아스포라의 자취를 찾아 멕시코 애니깽을 넘어 쿠바 사탕수수 농장까지 다녀왔다.”(사진, 인터뷰 등 리서치 결과는 지구라트 형태의 구조물 1층 내부에 진열돼 있다)
-지금 시점에 왜 민족이 중요한가.
“한국은 점점 다문화되고 있다. 정부 정책은 포용과 관용인 것 같다. 그러나 원래 다민족이었기에 주와 객으로 이주 노동자를 대하는 건 어패가 있다는 걸 전시를 통해 지적하고 싶었다.”(지구라트 구조물 위에는 우물을 만들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한국에 사는 이집트, 파키스탄, 네팔 등 다양한 국적 20여명의 인터뷰 영상이 있다.)
나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쳤고 2005년 영국 옥스퍼드대 인문학부(미술전공) 석사를 졸업했다. 그를 비롯한 김기라(41), 오인환(50), 하태범(41) 작가 중 최종 수상자는 10월 6일 발표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바벨탑 프로젝트-난지도’ 나현 작가 인터뷰…‘올해의작가상’ 후보 선정
입력 2015-08-16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