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부 아이들과 80대 어르신이 친구 처럼” 성만교회의 여름 이야기

입력 2015-08-16 14:40
성만교회에서 주일학교 아이들을 위해 벌이는 ‘독서마라톤’ 행사. 전호광 인턴 기자

지난 7일 찾은 경기도 부천 오정구 성만교회(이찬용 목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유치부실 문을 열자 앉은뱅이책상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아이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40명가량의 어린이들이 책을 읽거나 독후감을 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곳은 성만교회의 ‘독서 마라톤’ 현장이다. 독서 마라톤은 이 교회가 2012년부터 매년 여름 열고 있는 행사다. 성만교회 교회학교 아이들은 매년 7~8월 약 3주간 유치부실에서 책을 읽고 독서일지나 독후감을 쓰면서 여름을 보낸다.

독서 마라톤은 오전 10시쯤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성경 말씀을 묵상한 뒤 오후 5시까지 책을 읽는다. 현장에 면학 분위기를 관리하는 ‘감독관’이 배치된다. 낮 12시쯤 점심도 준다. 초등학교 5학년인 김서연(12)양은 “집보다 교회가 더 좋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김양은 “친구들과 놀면서 책도 읽고 방학 숙제도 한다”며 “우리에게 교회는 놀이터나 다름없다”고 자랑했다.

◇성만교회의 여름 이야기=독서 마라톤은 성만교회가 올여름 교회학교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 중 일부에 불과했다. 이 교회는 ‘우리들의 여름 이야기’라는 타이틀 아래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격의 없이 노는 행사들이었다.

‘우리들의 여름 이야기’는 교회 성도들이 100여명씩 총 10개조로 나뉘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조별로 완수해야 하는 ‘필수 미션’은 3가지. 이들은 금요일 밤에 열리는 ‘금요기도모임’에서 특송을 해야 하며 토요일 하루를 지정해 단체로 교회 청소에 나서야 한다. 1박2일간 교회에서 합숙하며 밥을 해먹고 게임을 즐기는 ‘파자마 토크’도 진행해야 한다.

‘필수 미션’과 별개로 조별로 수행하는 ‘선택 미션’도 있다. 각 조는 캠핑을 떠나거나 야구 경기를 참관하면서 여름날의 추억을 만든다.

5조 조장인 이강호(61) 집사는 지난 8일 조원들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 수동계곡으로 여행을 떠났다.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는 게 5조 조원들이 선택한 ‘선택 미션’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성만교회처럼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노는’ 교회는 우리나라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성만교회의 가족 같은 분위기를 자랑하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황창현(69) 장로는 “성만교회는 나 같은 어른들이 손자뻘 되는 아이들과 친구처럼 어울리는 교회”라며 “우리 교회학교가 부흥한 이유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교회는 아이와 어른의 공동체”=성만교회 출석 교인 1700여명 중 교회학교 학생은 700명에 달한다. 교회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교회학교 부흥 비법을 공개하는 ‘교회학교 교사 세미나’를 네 차례 열었는데 행사 때마다 1300명 넘는 참가자가 몰릴 만큼 화제가 됐다. 세미나 참가자 중에는 제주나 부산 등지에서 사역하는 교회학교 담당자도 적지 않았다.

허성구(53) 장로는 “유치부 아이들과 70, 80대 어르신들이 서로 이름을 알 정도로 교인들끼리 친한 교회”라며 “교회학교가 잘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공동체 의식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교회를 개척해 지금의 성만교회를 만든 이찬용(53) 목사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교회는 죽은 교회나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교회를 방문한 지난 7일은 평일인데도 취재 시간 내내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교회는 언제나 아이들이 뛰어노는 잔칫집 같은 곳이어야 합니다. 생기발랄한 분위기가 존재하지 않으면 교회는 거대한 묘지나 다름없어요. 이것이 한국교회가 교회학교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이 목사)

부천=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