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라 놀리는 한국인 더 못됐다!” ‘위안부’ 엄마의 눈물

입력 2015-08-16 11:57 수정 2015-08-16 13:26

위안부 할머니들이 엄마로 사는 삶을 살면서도 마음을 졸이며 살아야했다는 절절한 증언이 네티즌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위안부’ 엄마들은 남의 자식을 데려가 키우면서도 “더 좋은 집으로 갈 것을 내가 막을 게 아닐까”하는 마음에 죄스러워했고 행여 자식이 손가락질을 당할까봐 정부 등록도 미뤘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인도 문제지만 위안부에게 주홍글씨를 씌우는 한국인에게도 똑같이 화가 난다며 분노했다.

광복절인 15일 저녁 SBS스페셜 ‘최후의 심판, 엄마여서 미안해’는 ‘위안부’ 엄마들의 삶을 소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93세의 박숙이 할머니는 정부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위안부 피해자 신고를 일부러 늦게 했다고 고백했다. 박 할머니는 아이 셋을 데려다 키우고 있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 신고 기사가 나왔을 때 못하고 가만히 생각했다”며 “이 애들을 키워놓고 신고를 해야지 만약 이 애를 안 키우고 키우지 못하고 신고를 하면 아이가 학교 가서 친구들이 너희 엄마 위안부 출신이라고 그러면 애들이 기가 죽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누구 아들인지 모른다 그런다”며 “쟤들은 아버지가 몇명인지 모른다 (놀린다)그거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88살 길원옥 할머니도 가슴으로 낳은 아들을 키우는 내내 엄마가 위안부여서 미안한 마음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길 할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그러면서도 “항상 죄스러운 마음이 있었다”며 “좋은 집에서 잘 자랄 사람을 엄마라고 데려다 놓고서 제대로 못하니까 항상 걱정스러운 마음밖에 없다”고 눈물지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고인이 된 길갑순 할머니 아들의 발언도 전파를 탔다.

“우리 가족은 그때 이후로 웃음을 잃었어요. 아이들한테 너희 할머니는 ‘일본 군인들하고 살다 온 창녀다’라고 놀림당하는 게 현실이에요.”

색안경을 낀 사람들 속에서 어려운 삶을 살았다는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은 공분했다.

한 네티즌은 “엄연한 피해자를 창녀라고 놀리는 게 말이 되냐”며 “일본인 욕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네 태도부터 반성해야된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일본 사람들이 악질인거는 잘 알겠지만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동족의 아픔을 감싸지 못한 한국인들도 참 답답하고 못났다”고 지적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