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이 무기도 없는 시민에게 얻어맞았다고?

미국의 공권력을 상징하는 경찰관이 흑인 운전자에게 얻어맞는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CNN 등 미국 언론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앨라배마 주 버밍엄 경찰서 소속 한 경찰관은 지난 7일 강도사건 용의자를 만나러 가던 중 도로에서 비정상적으로 운전하던 한 차량을 보고 갓길에 세우도록 했다. 이 운전자 단속을 다른 경찰에게 맡긴 후 강도사건 용의자를 만나기 위해 자리를 뜨려던 이 경찰은 무전기로 지원을 요청했는데 그 동안 흑인 운전자 재너드 커닝엄(34)은 차 안에 머무르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고 차 밖으로 나와 경찰관과 말싸움을 벌였다.

커닝엄은 주먹을 날려 경찰을 바닥에 때려눕힌 뒤 그의 총을 빼앗아 의식을 잃을 때까지 계속 머리를 친 후 달아났다. 추적에 나선 경찰에 붙잡힌 커닝엄은 살인 기도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뇌진탕 증세로 한동안 누워 있던 경찰관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통원 치료 중이다. 의식을 찾은 6년차 경력의 이 경찰관은 익명을 전제로 “비무장 시민을 불필요하게 살해한 경찰이 되고 싶지 않아 공권력 사용을 주저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무장 흑인에 대한 경찰의 총격 문제로 미국 사회가 뜨겁게 달아오른 점을 거론하며 “우리는 언론에 등장하고 싶지 않다. 우리(경찰)에겐 매우 힘든 시기”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흑인 운전자가 경찰관을 구타하는 모습을 목격한 행인들이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 등에 올리면서 급속하게 확산됐고 이에 대해 경찰을 조롱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러한 행인들의 모습에 대해 “도덕성과 인간성이 모자란 행동”이라며 “소셜 미디어의 반응이 상황을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