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에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원을 찾을 수 없어 주류경제학을 비판할 학문적 토대가 부실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마르크스경제학의 '대부' 김수행 성공회대 교수가 타계하면서 마르크스경제학의 학맥이 사실상 끊겼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가 성공회대로 옮기기 전 20년간 적을 둔 서울대를 포함해 서울과 수도권 대학의 현직 전임 교원 중 마르크스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학계의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가 1989년 서울대에 부임할 때에도 교수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임용이 무산될 뻔했다. 김 교수는 당시 진보 경제학을 배우고 싶다는 학생들이 수업거부도 불사하며 강력 반발해 가까스로 임용됐다.
그가 2008년 퇴임할 때도 학생들은 학문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마르크스경제학(정치경제학) 전공자를 후임으로 뽑아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국내 학계에서도 성명이 잇따랐다.
그러나 당시 경제학부는 '정치경제학 지원자들이 지원했으나 채용 기준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후임자를 뽑지 않았다.
마르크스경제학 자체의 인기도 많이 줄었다. 김수행 교수는 1990년 번역한 자본론 3권 역자 서문에서 "2학기에는 '현대 마르크스경제학'의 수강생이 1000명을 넘어 추가시간을 강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썼다. 그러나 20년 만인 2010년 2학기 같은 강의의 수강생은 8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정교수와 부교수를 합한 전임 교원 33명의 전공은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계량경제학, 노동경제학 등이 주를 이룬다. 김수행 교수와 같은 정치경제학은 없다.
이들은 박사학위를 영국 옥스퍼드대와 호주 울런공대, 서울대 각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시카고대와 예일대, 하버드대 등 미국 대학에서 취득했다.
고려대, 경희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다른 대학에서도 마르크스경제학의 '학맥'은 거의 끊겼다. 성공회대와 경남 경상대, 경기도 오산 한신대 정도만이 전공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토마 피케티 등 세계적 석학들이 잇따라 주류경제학의 시장주의적 접근을 반성하며 불평등 문제를 화두로 들고 나와 주목받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김세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주류경제학이 기존에 정해진 시스템 안에서만 의미가 있다면 마르크스경제학은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과 문제를 고찰한다"며 "서울대가 김수행 교수 이후로 전공자를 충당하지 못한 것은 최소한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경제학을 하는 학자를 주류경제학 전공자와 같은 기준으로 심사하고 임용하려 하면 서류심사에서부터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학과에서 의지를 갖고 다른 기준을 제시해 관련 전공자를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김수행 교수 타계후 국내 마르크스경제학 학맥 사실상 단절
입력 2015-08-16 0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