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유엔의 ‘열정페이’ 2년간 인턴 4000명 무급 논란

입력 2015-08-1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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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23)씨는 최근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3개월 간 무급으로 근무했다. 장래에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 했기에 점심 식대나 교통비도 지급되지 않는 무급 인턴인 것을 알고도 지원해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막상 무급 인턴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인턴 근무를 시작하면서 A씨는 하고 있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뒀다. 그러다 보니 다달이 나가는 생활비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A씨는 “예전에는 무일푼이라도 유엔에서 근무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급 생활에 회의가 들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A씨처럼 꿈을 위해 기꺼이 ‘열정 페이’도 감수하는 유엔의 젊은 무급 인턴 수가 지난 2년 간 전 세계적으로 400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2012∼2013년(최근 통계치) 유엔 관련 조직에서 무급으로 근무한 인턴은 4018명으로 이 가운데 68%가 여성이었다.

유엔의 무급 인턴제도는 최근 6개월간 무급 인턴 생활을 버티다 끝내 사직한 뉴질랜드 출신의 한 청년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세계의 관심을 끌게 됐다. 데이비드 하이드(22)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유럽본부에서 무급으로 인턴생활을 시작했지만 현지의 비싼 주거비 때문에 텐트에서 노숙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유엔이 인턴에게는 임금이나 교통비, 식대보조, 건강보험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캠핑용 버너와 매트리스가 깔린 조그만 파란색 텐트에서 잠을 자고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사직한 이 청년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유엔의 ‘열정 페이’ 논란이 일었다. 열정 페이는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근무를 하는데도 인턴, 수습, 교육생 등이라는 이유로 급여 등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부유한 집안의 자녀만 무급 인턴을 할 여건이 된다는 점에서 유엔의 모든 인턴을 유급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명백하게 내부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그는 유급 인턴제로의 변경에 대해서는 “유엔 회원국과 유엔 총회(의 결정), 예산 등의 문제가 걸려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의 모든 조직이 무급 인턴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엔 사무국에 속하지 않는 국제노동기구(ILO),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경우 인턴에게 일정의 보수를 주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