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터키는 사실상 대통령제로 전환됐다며 헌법 개정을 촉구했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는 15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날 고향인 리제에서 "터키에는 상징적이 아닌 실질적 권한이 있는 대통령이 있다"며 "정부 체제가 사실상 대통령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헌법도 이를 반영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사상 처음으로 치른 직선제 대선에서 대통령제 전환을 공약했으며 당선 이후 개헌을 역설했다.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로 취임했으며 2007년, 2011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지난해 대선까지 11년 동안 총리를 지냈다. 터키는 2007년 AKP가 추진한 대선 직선제 도입 등의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67%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당시 개헌으로 대통령의 임기는 5년 연임으로 바뀌었으며 국회소집권과 법령재심요구권, 헌법개정제안권, 국회 결정 개헌안의 국민투표회부권, 내각회의와 국가안보회의 주재권 등의 권한이 주어졌지만 총리가 정부를 이끄는 내각제는 바꾸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본격적으로 개헌을 추진했지만, 대통령제 개헌을 공약한 AKP가 지난 6월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유보됐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AKP가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개입하면서 개헌을 염두에 둔 조기총선을 역설했다.
AKP 대표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와 연정 협상을 벌이다 지난 13일 최종 결렬을 발표한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조기총선을 실시하려고 연정 구성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에도 다부토울루 총리가 오는 17일 연정 협상을 벌일 예정인 3위 정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의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나는 그를 대화 상대자로 여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바흐첼리 대표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정 방해를 비난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지만 다부토울루 총리에게 MHP와 연정을 구성하지 말라는 노골적 개입이라고 야당 등이 지적했다.
터키는 최근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터키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소탕에 나서고 있어 AKP의 지지율이 지난 총선의 득표율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0~11월 중으로 예상되는 조기총선에서 AKP가 과반의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면 대통령제 개헌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터키 대통령 “사실상 대통령제 전환" 개헌 촉구
입력 2015-08-15 19:22 수정 2015-08-15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