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오이와 얼음동동~! 무더위 속 섬세한 그녀가 준비했다!

입력 2015-08-15 00:05 수정 2015-08-15 10:07
사진=페이스북 캡처

K리그 챌린지 강원 FC 임은주 대표가 소속 선수들에게 시원한 오이와 얼음물을 제공하면서 어린 시절 혹독했던 훈련을 떠올렸다.

임은주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훈련 중인 선수들의 사진을 게재했다. 더운 날씨에 훈련하는 선수들과 큰 고무통에 담은 오이, 얼음이 둥둥 뜬 욕탕 사진이다.

임은주 대표는 “무더웠던 날씨에 추억을 살려 선수들에게 오이와 얼음을 제공하니 역시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다. 훈련이 끝나고 오이 하나씩 집어 들고 20개의 대형 얼음이 둥실둥실 떠있는 욕탕으로 향하는 선수들을 보니 흐릿한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오이와 얼음. 어린 시절 한여름에도 훈련 중 물 마시는 것은 금기였다. 지글거리는 태양과 잔디의 습도, 얼굴의 소금 자국, 그리고 타들어가는 목마름 운동방식은 참 무식했다”며 “세월이 지나 스포츠도 과학임을 알고 스포츠음료와 식이보충제, 팀 닥터 운동 환경이 너무 좋아졌다”고 했다.

170㎝가 넘는 큰 키를 가진 임은주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 육상, 중학교 시절 배구,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엔 하키 선수로 활약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당시 여자축구는 실업리그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축구로 전향하면서 지원했고 임은주 대표도 그들 중 하나였다.

선수생활 이후에는 1999년부터 약 5년간 K리그 전임 주심으로 활약하며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심판(1999년) 아시아축구연맹 최우수 심판상(2001)를 수상했다. 1999년과 2003년 여자월드컵, 2000년 시드니올림픽 등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의 주심으로 활동했다. 또한 아시아 여성 최초 FIFA 심판강사를 역임했었다.

임은주 대표의 이러한 경험은 훌륭한 자산이 됐다. 또한 여자 단장으로서 섬세함은 무더위에 훈련하는 소속팀 선수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헤아린다.

임은주 대표는 “한여름 가장 환영 받은 것은 큰 고무통의 얼음과 그 속에 담겨진 오이였던 것 같다. 운동 끝나고 얼음물을 서로 부어주고 먹는 오이의 맛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던 큰 추억이다”라며 소속팀 선수들에게 오이와 물을 제공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임은주 대표는 2013년 5월부터 극심한 운영난을 겪고 있는 강원 FC의 대표를 맡았다. K리그 최초로 여자가 대표로 선임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그는 선수단 구조조정과 지출절감을 통해 구단의 빚을 줄여나가며 2014년 시즌에는 K리그 모범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답게 선수들은 성적으로 도민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사무국 전문화를 통해 도민과 스킨십하며 후원회 등을 조직해 도민과 소통하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