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미혼모자 생활시설인 ‘애란원’을 세워 미혼모자 복지를 위해 헌신한 벽안의 선교사 반애란(94·미국명 엘리노어 반 리롭) 여사가 지난 9일 오전 5시(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반 여사는 미국 북장로교 파송선교사인 남편 반피득(미국명 피터 반 리롭) 목사와 함께 1949년 한국에 들어왔다. 경북 안동 경안학원(경안고·경안여고·경안중·경안여중)을 설립해 초대 이사장과 교장을 지낸 반 목사는 1957년부터 연세대 신과대학 및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종교상담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2012년 미국에서 별세했다.
반 여사는 60년 서울 대신동에 윤락여성, 미혼모, 가출 청소녀를 돕는 시설인 ‘은혜원’(애란원의 전신)을 세워 미혼모와 그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다 77년 미국으로 돌아갔다. 8년간 더 선교사로 일하다 은퇴해 요양원에서 지내왔다. 반 여사는 83년 애란원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에 기증했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반 여사 부부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16일 애란원에 따르면 반 여사는 생전에 “모든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어 주지요. 우리가 서로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애란원을 통해 사랑으로 역사하시는 주님의 기적을 체험했습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국인은 너무나 순수했습니다. 대접하기를 좋아했습니다. 그처럼 대접하는 정신을 가진 민족은 드물 것입니다. 그들이 그립습니다”라며 착하고 순수했던 한국인을 그리워했다.
애란원에는 현재 미혼모와 아기 등 4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입소와 퇴소를 반복하지만 미혼모가 자립할 때까지 보살피고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애란원에서 지원하는 미혼모는 연 500∼600명이다.
반 여사 부부는 한국에서 사역하며 2남3녀의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웠다. 이 중 딸 앤드리아는 한국에서 입양했다. 반 여사 부부는 앤드리아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앤드리아를 통해 많은 기쁨을 얻었습니다. 앤드리아는 하나님이 우리 부부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반 여사 부부는 자신들의 사역이 희생이 아니라 오히려 기쁨이었다며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을 가겠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강영실 애란원장은 “애란원은 미혼모자 복지사업을 통해 반 여사가 뿌리내린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마음과 뜻에 따라 어려운 자를 위해 살다 가신 반 여사가 하나님 곁에서 평안하시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은 지난 11일 시카고 근교 엘름허스트의 기본스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추도식은 다음달 5일(현지시간) 브릿지웨이 시니어 빌리지에서 열린다. 애란원도 별도 추모예배와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02-393-4720·aeranwon.org).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단독] 한국 최초의 미혼모시설 '애란원' 설립자 반애란 선교사 노환 별세
입력 2015-08-14 10:42 수정 2015-08-16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