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가 3만 관객과 함께 성황리에 마쳤다. 6팀이 6곡씩을 불렀고, 역대 무한도전 가요제 참가곡 중 다시 듣고 싶은 노래로 선정된 3곡도 선보였다. 가요제 후반부 부슬비가 내렸는데도 가요제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MBC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가 13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펼쳐졌다. 빅뱅 멤버 지드래곤, 태양과 무한도전 멤버 광희가 한 팀을 이룬 ‘황태지’가 첫 무대를 열었다. 마지막 무대는 음악 차트 역주행 돌풍을 몰고 온 밴드 혁오와 ‘가요제의 남자’ 정형돈이 장식했다.
◇일렉트로닉, 힙합, 댄스, 재즈, 팝, 컨트리…다채로운 장르의 향연=황태지는 ‘아이돌스러운’ 힙합 댄스곡을 들고 나왔다. 세 사람이 1988년생 동갑내기라는 점에서 착안해 무대에 설치된 초대형 LED 화면에는 88올림픽을 기념하는 의상과 영상이 깔렸다. 가요제가 열린 평창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라는 점도 분위기를 달궜다. 영동고속도로 가요제까지 무한도전 가요제에만 3번째 참여한 지드래곤은 “다음 가요제에도 나오겠다”고 공언해 환호를 받았다.
이어진 무대는 레옹과 마틸다로 변신한 박명수와 아이유가 꾸몄다. LED 화면에는 영화 레옹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영상이 흘렀고, 박명수와 아이유의 노래 ‘레옹’ 무대가 펼쳐졌다. 아이유는 짧은 단발을 하고 나와 랩과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팀 ‘이유 갓지 않은 이유’ 무대에서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 강한 열망을 보였던 박명수의 디제잉도 삽입됐다. 박명수는 무한도전 가요제가 시작되기 전 단독으로 디제잉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유는 공연 뒤 유재석과 인터뷰를 하던 중 3단 고음으로 일렉트로닉 “까까까”를 현장에서 재연하기도 했다.
자이언티는 아버지 전화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자이언티와 하하가 팀을 이룬 ‘아뜨거따시’는 그루브 넘치는 팝 음악 ‘스폰서’(Sponsor)를 선보였다. 노래 중간에 대형 LED 화면에는 자이언티 아버지가 “그대 배고플 때 언제든지 전화 걸어”라는 가사와 함께 등장했다. 이어 “전화번호는 010-4054-1280”이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아뜨거따시의 무대는 하하가 리프트를 타고 관객에 더 가까이 다가가며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다.
하하는 공연을 마친 뒤 “(자이언티 아버지가) 무대 뒤 대기석에 계신다. 전화를 걸면 받을 거고, 받을 때 까지 거시라. 일주일 동안 여러분의 전화를 받은 뒤 번호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는 일렉트로닉 음악이 대세였다.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의 선구자 격인 윤상이 정준하(팀명 ‘상주나’) ‘마이 라이프’(My Life)라는 곡으로 세련되고 수준 높은 일렉트로닉 무대를 꾸몄다. 힙합을 하고 싶어 했던 정준하와 랩퍼 빈지노가 한 무대에서 파워풀한 랩을 선보였다. 씨스타의 효린도 피처링을 해 함께 무대에 섰다. 윤상은 “정준하가 2주 동안 2시간도 못 자고 열심히 연습했다”며 “그만큼 만족스럽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상주나의 무대 때부터 평창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굵었던 빗줄기는 ‘댄싱 게놈’이라는 팀으로 뭉친 유재석과 박진영의 무대 때부터 부슬비로 바뀌었다. 박진영이 만든 펑키한 느낌의 재즈 곡 ‘아임 소 섹시’(I'm So Sexy)로 그 동안 유재석이 가요제에서 풀지 못했던 댄스의 한을 풀었다. 유재석은 “당분간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원 없이 춤을 췄다”고 했다.
마지막 무대에 오른 정형돈과 밴드 혁오는 팀 이름을 가요제 무대 직전까지 정하지 못했다. 유재석의 제안으로 즉석에서 관객들에게 팀 이름을 추천 받아 ‘오대천왕’이 팀명으로 정해졌다. 오대천왕은 밴드 혁오가 만든 컨트리 음악 ‘멋진 헛간’으로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혁오의 곡들과 다르게 밝은 분위기로 가요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양화대교 아래에서 시작해 4만 관객 모은 무도 가요제=무한도전이 가요제를 시작한 것은 2007년 여름이었다. 당시 가요제 이름은 ‘강변북로 가요제’였고 양화대교 아래에서 소소한 가요제를 선보였다. 뮤지션과 협업도 없었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작곡가들의 도움을 받아 한 곡씩 만들었다. 강변가요제를 본딴 방송으로 순위도 매겼다. 대상은 하하가 부른 ‘키 작은 꼬마 이야기’였다.
강변북로가요제의 관객은 양화대교 아래를 지나가던 시민 몇 명 정도였다. 이렇게 소소하게 시작했던 무한도전 가요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다. 2년에 한 번씩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하면서 국내 내로라하는 뮤지션들과 실력파 인디밴드들이 무한도전 가요제를 거쳐 갔다. 정재형, 이적, 유희열, 윤종신, 타이거JK, 노브레인, 장기하와 얼굴들, 십센치, 장미여관, 김C, 바다, 제시카 등이 무한도전으로 명성을 다시 확인하고 재발견됐다.
올해 가요제는 역대 가요제 가운데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지금껏 무한도전은 가요제를 ‘○○도로 가요제’로 이름을 붙이고 너무 크지 않은 무대를 지향했었다. 게릴라 콘서트 형식이었고, 야외 무대에서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3만 관객을 모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선착순 무료 관람을 위해 이틀 전부터 리조트에서 줄을 선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텐트를 치고 새벽부터 줄을 선 팬들도 있었다. 입장 가능한 관람객 수는 3만명이었으나 4만5000명이 평창을 찾았다. 선착순 입장객은 이날 오전 11시 마감됐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가요제에 앞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무한도전 가요제 참가곡 중 다시 듣고 싶은 노래를 투표했다. 1만6000여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1위는 2011년 유재석과 이적이 부른 보너스 곡 ‘말하는 대로’가 선정됐다. 2위는 하하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 3위는 지드래곤과 박명수가 부른 ‘바람났어’였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 3곡을 이번 가요제 무대에서 다시 선보였다. 박명수와 지드래곤은 4년 만에 한 무대에 다시 섰다. 2011년 가요제 당시 피처링을 했던 투에니원 멤버 씨엘 대신 아이유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8년 만에 무한도전 무대에서 ‘키 작은 꼬마 이야기’를 부른 하하는 “레게를 하게 만든 특별한 곡”이라고 말했다.
‘말하는 대로’ 무대를 위해 이적도 가요제에 함께 했다. 피아노와 기타 반주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유재석과 이적이 ‘말하는 대로’를 열창했다. 이 노래는 유재석이 힘들었던 20대를 떠올리며 작사를 했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위로를 주면서 회자 됐었다.
한편 가요제 객석에 들어오지 못한 1만5000명은 무대가 펼쳐진 스키점프 경기장 주변에서 가요제 음악을 들어야 했다. 일부 입장권을 얻지 못했는데도 객석으로 몰래 들어오려다 물의를 빚기도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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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3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