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좋은 자원봉사자냐”…유엔 무급 인턴에 전세계 네티즌 비난

입력 2015-08-13 21:39
사진=제네바 트리뷴 페이스북 캡처

유엔이 때 아닌 열정 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무급 인턴의 노숙자 생활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전 세계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스위스 언론 제네바 트리뷴은 현지시간으로 12일 제네바에서 난민처럼 살게 된 유엔 인턴 데이비드 하이드(22)의 사연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네델란드 청년인 하이드는 2주 전 유엔의 무급 인턴으로 입사해 제네바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현지의 높은 물가를 버티지 못해 직장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생활을 하게 됐다.

최근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하이드가 유엔 신분증을 목에 건 채 파란색 텐트 앞에서 찍은 사진이 소셜 미디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아침마다 이 텐트에서 나와 배낭 안에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넣고 윤엔 본부로 출근했다. 하이드의 텐트는 방수가 되지 않아 비가 오면 늘 불안했다. 그의 생활은 난민수용소의 난민 보다 나을 게 없었다.

하이드는 인턴 면접 당시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유엔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어렵고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이드는 “부모가 경제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 말고는 제네바의 높은 물가를 감당 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며 “무급인 것을 알고도 스스로 내린 결정이지만 이런 시스템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매체를 통해 밝혔다.

매체는 하이드가 언론 보도 이후 자신의 일보다 무급 인턴으로서의 삶이 더 주목받는 게 부담스럽고 더 이상 제네바에서 견디기 힘들어 인턴직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유엔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 네티즌은 “스펙 좋은 자원봉사자를 원하는 것이냐”고 발끈하며 “일을 시키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면 인턴이 아닌 자원봉사자를 뽑아야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도 “직원의 기본 인권도 지켜주지 않는 단체가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인권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