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얼마전까지 자당 소속이었던 무소속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만감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당내에 가결 불가피론과 동정론이 맞서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결국 투표 결과가 가결로 나오자 착잡함 속에 안타까운 심정이 여기저기서 속출했다.
한 재선 의원은 "잘잘못은 심판을 받고 죗값을 치러야겠지만 동고동락했던 분인데 이런 결과가 나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고, 한 초선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공안정국이 조성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을 때 새정치연합이 직면할 여론의 거센 역풍을 피했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 합의에 갈팡질팡하거나 미적대는 모습으로 비침에 따라 '제식구 감싸기'에 나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욱이 당의 쇄신과 환골탈태를 목표로 혁신위원회까지 가동한 상황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가뜩이나 당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혁신위 활동이 빛을 잃을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표결 결과 새정치연합 의원의 상당수가 '부'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체포동의안 찬성에 표를 많이 던짐으로서 새정치연합이 궁지에 몰릴 뻔한 상황을 역설적으로 막아준 셈이 됐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이 "국민이 바라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양심있게 판단한 결과"라는 한 줄짜리 짤막한 논평을 낸 것도 이런 복잡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는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 또하나의 리더십 시험대이기도 했다.
문 대표는 사전구속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당이 방탄 역할을 해선 안된다", "국민이 갖는 도덕적 잣대가 분명히 있다"며 정공법을 취할 것을 주문했다.
또 이종걸 원내대표가 체포동의안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자 새누리당과의 일정 합의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한편 본회의 직전 의총에서도 "아프고 안타깝지만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가결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만약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면 문 대표의 리더십은 또한번 상처를 입을 게 뻔한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당내 온정주의를 지양하고 민심을 우선시하는 원칙론자의 모습을 관철시킨 셈이 됐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의원의 다수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원내대표와 마찰을 빚는 모습으로 비쳐진 점은 비주류의 견제를 받고 있는 문 대표에게 여전히 부담으로 남은 부분이다.
문 대표는 본회의 직후 심경을 묻는 질문에 "저한테 묻지말라. 인간적으로 괴롭다"고 말을 아꼈고,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인간적으론 고통스런 선택이었다"고 괴로운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인간적으론 고통스런 선택이었다” 문재인 원칙론 통했다
입력 2015-08-13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