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한글교과서 장례식 열려

입력 2015-08-13 17:02 수정 2015-08-16 17:53
13일 오전 서울 도심에서 한글교과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국어교사모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53개 단체로 구성된 ‘초등교과서한자병기반대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 앞에서 한글교과서 장례식을 가졌다. 이어 상복 차림에 초등 교과서로 만든 영정과 유골함, 만장 등을 들고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해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묵념을 했고,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운동본부 이대로 상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부에서는 일본식 한자 혼용 주장자들 말만 듣고, 그것도 광복 70주년에 일본 한자말을 초등학생 때부터 길들이려고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교육부가 죽인 한글교과서 장례식을 치르면서 마지막으로 이 잘못된 일을 대통령께 알리려고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글학회 김종택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교육부는 초등 교과서에 한자병기를 확대하고 적정 한자 수를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9월 개정 교육과정 총론 확정 때 삽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대통령님, 부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기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운동본부는 전날에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자병기 반대 교사 1000인 선언’을 발표했고,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용규 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1970년부터 초등 교과서는 한글전용이었다. 중·고등 교과서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는 한자가 다 빠졌고, 지금은 대학교재에서도 한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교육부의 한자병기 방침은 45년간 지속돼온 한글전용 기조를 뒤집겠다는 것인데 국민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2015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설명하면서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해 초·중·고 학교급별로 적정 한자 수를 제시하고 교과서에 한자병기 확대를 검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다음 달 24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총론을 확정할 예정이다. 오는 24일에는 교육부 주최 한자병기 공청회가 열린다.

정인환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은 “교육부 한자교육 활성화 방침의 핵심은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한다는 것”이라며 “지난 1970년 이후 지속된 초등 교과서의 한글전용 원칙을 무너뜨리는 이 같은 방침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