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과 청력을 잃게 될 다섯 살 딸을 위해 꼭 봐야 할 풍경 목록을 만든 부모의 사연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 주에 사는 리지 마이어스(5)는 어셔 증후군 때문에 5년 정도 뒤에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된다.
어셔 증후군은 미국인 1만7000명 가운데 한 명꼴로 발병하는 희귀 유전질환으로 시력과 청력이 점차 쇠퇴하다가 사라지게 된다.
마이어스 부부는 리지가 어셔 증후군 진단을 받자 일종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딸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할 수 있도록 미 봐두거나 해야 할 일을 적은 목록이었다.
이후 이들 가족의 일상은 바뀌었다.
부부는 딸의 시력이 점점 약해지는 터라 빛이 약한 풍경을 먼저 찾아다니고 있다.
매일 뜨는 해나 길거리에 피는 풀꽃 하나도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다.
“어제 무지개가 떴어요. 2층으로 바로 달려가 난리가 난 것처럼 딸을 데리고 나왔어요. 딸도 좋아했고 우리는 20∼30분 동안 무지개만 보고 있었어요. 무지개가 오래 버텨줬고 무척 밝아서 빨주노초파남보를 다 볼 수 있었어요.”
리지의 어머니 크리스틴은 “예전과 달리 하루하루 삶을 천천히 살게 됐다”며 “멈추고 살펴보며 이야기하는 게 이제 새로운 일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 안과 로프티 메러벳 교수는 리지가 되도록 많은 사물을 보고 기억하게 되면 시력·청력을 잃고 나서도 고립되지 않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러벳 교수는 “리지가 20∼30년이 지나도 엄마,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해가 어떻게 뜨는지 기억할 것”이라며 “리지의 뇌가 아직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이어스 가족의 얘기가 언론을 통해 소개되자 터키 항공에서는 세계 어디나 갈 수 있는 무료 항공권을 제공했다.
마이어스 부부는 이탈리아 로마를 찾아 딸에게 예술작품을 보여주고 바티칸 교황청도 들렀다.
메러벳 교수는 “리지 가족을 지켜보노라면 장애가 없는 사람이라도 우리 세상 곳곳에 있는 아름다움을 잠시 멈춰 관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
5년후 시력 잃을 5세 딸 위해 만든 '버킷리스트'
입력 2015-08-13 16:54 수정 2015-08-13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