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책 3]프래니와 주이

입력 2015-08-13 16:09
프래니와 주이/J.D. 샐린저/문학동네



1951년 32세에 쓴 ‘호밀 밭의 파수꾼’으로 미국 문단의 스타가 된 J.D. 샐린저(1919∼2010)의 후속작. 책의 형식이 독특하다. 작가가 ‘뉴요커’에 1955년과 1957년에 각각 발표한 중단편 분량의 ‘프래니’와 ‘주이’를 연작처럼 묶었다.

샐린저는 평생의 프로젝트처럼 미국 뉴욕의 중산층인 글래스 집안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여럿 남겼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인데 각각 25세, 20세인 여섯 째 아들 주이와 일곱 째 딸 프래니가 주인공이다.

소설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책이 출간된 1950년대 미국 사회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당시 젊은층은 비트 세대로 불린다. 전후의 불안한 시기를 통과하던 청춘들은 정치나 사회문제보다는 종교와 재즈, 히피 문화에 빠져 살며 개인적 해방을 추구했다.

프래니가 그런 비트 세대의 전형이다. 소설 ‘프래니’는 남자 친구 레인 쿠텔과 주말에 데이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일 대학 풋볼 경기 관람을 앞두고 함께 식사하며 벌어지는 대화가 중심이다. 레인은 연극을 전공하는 미모의 여학생 프래니와 모처럼 만나 설렌다. 하지만 뭔지 모를 이유로 그녀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데이트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 뿐 아니라 연기하는 다른 이들이 모두 허세에 가득 찬 에고이스트처럼 느껴진다는 이유로 연극 전공을 그만 두었고, 출연이 예정된 무대에도 서지 않겠다고 한다. 레인은 세상사에 비판적인 그녀가 작은 연두색 책 한권을 애지중지 갖고 있는 걸 발견한다. 책은 ‘쉼 없이 기도하라’는 성경구절이 무슨 뜻인지 알아내기 위해 순례를 시작한 러시아 농부에 관한 이야기라고 프래니는 들떠 얘기하는데….

소설 ‘주이’는 프래니와 레인의 데이트가 있었던 주말이 지난 월요일 이들 가족의 뉴욕 아파트가 시공간적 배경이다. 오빠 주이는 TV드라마에서 주연을 맡고 있는 연기자로 제법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신경쇠약에 빠진 듯 거실에 누워 울고만 있는 프래니가 걱정이다. 같은 배우의 길을 걷고 있기에 누구보다도 여동생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이 소설에서도 프래니가 신앙처럼 받드는 러시아 농부 순례자에 대한 이야기는 반복된다. 마치 그런 개인적 구원을 강조하는 것처럼. 그래서 소설의 끝에서야 주이의 입을 통해 나오는 작가의 메시지는 의외다.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종교적인 일은, 연기야. 원한다면, 신을 위해 연기하고, 원한다면 신을 위해 배우가 되어봐. (중략) 적어도 노력은 해봐. 노력하는 건 괜찮잖아.”(249쪽)

삶의 종교적 의미를 찾으려는 수행과 치열하게 살며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한 청춘에는 방황과 일탈의 특권만 있는 게 아니라 책임도 있는 것임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삼포세대’로 불리는 한국의 청춘들에게 이 책이 어떤 울림으로 다가갈지 궁금하다. 박찬원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