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서 열린 발레 캠프를 가다

입력 2015-08-13 16:11 수정 2015-08-13 18:01

“어깨는 펴고 팔은 곧게 쭉 뻗어 봐요.”

12일 충남 공주 태화산 깊숙이 자리 잡은 한국문화연수원 대강당. 파리오페라발레 솔리스트 박세은(26)이 10대의 발레 전공 학생들을 상대로 레슨을 하고 있었다. 박세은은 학생들이 준비해온 작품을 본 뒤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고 직접 시범을 보였다. 학생들은 올 시즌 ‘발레의 종가’ 파리오페라발레에서 동양인으로 처음 주역을 맡은 박세은의 말과 동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소강당에서는 또 다른 발레 수업이 이어졌다. 모나코왕립발레학교 수석교사인 올리비에 루체아를 비롯해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지낸 강예나, 서울발레씨어터의 김인희 단장과 제임스 전 예술감독이 학생들에게 안무와 스트레칭 등을 가르쳤다. 아프리카 타악기인 젬배를 활용한 리듬 교육, 프로 무용수로서 활약할 때 필수적인 멘탈 트레이닝 수업도 이뤄졌다.

이 발레 캠프는 포르쉐 공식 딜러 SSCL이 후원하고 한국메세나협회가 주관한 ‘SSCL 드라이브 유어 드림’으로 일환으로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이뤄지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포르쉐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주요 후원자다. 한국 딜러인 SSCL도 재능 있는 국내 발레 지망생들을 2013년부터 돕고 있다.

매년 20~30명을 뽑아 전문적인 발레 레슨과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해외 콩쿠르 참가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여름 발레 캠프도 열고 있다. 지난해 영국 로열발레학교 상급 클래스에 입학한 전준혁, 모나코왕립발레학교에 입학한 고영서와 남민지가 ‘SSCL 드라이브 유어 드림’을 거쳤다. 특히 고영서와 남민지는 지난해 캠프에 참가했다가 루체아의 추천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모나코왕립발레학교에 들어갔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24명 장학생 중에서는 올 초 로잔 콩쿠르 2위를 차지한 뒤 9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연수단원으로 입단하는 박지수(17)와 베를린 국제콩쿠르와 서울 국제콩쿠르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한 김단비(15),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주니어 1위에 이어 9월 로열발레학교에 입학하는 김신영(15)이 주목된다. 박지수는 “부산 출신인데다 첫 참가한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프로 발레단 입단까지 순식간에 결정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캠프에서 여러 선생님들의 수업을 받으면서 답답했던 부분이 풀려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강사로 참가한 박세은은 “후배들의 기량이 너무 높아서 오히려 제가 기가 죽을 정도였다”면서 “가르치는 족족 흡수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 발레의 미래가 밝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루체아도 “올해도 우리 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은 학생들이 보인다. 전반적으로 실력이 좋은 편”이라며 “한국 학생들이 지금보다 더 빨리 해외 직업 발레단에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주=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