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도서관 지을 돈으로 차라리 책을 사달라”… 영국 시의회 향해 분노 쏟아져

입력 2015-08-13 16:17
영국에서 도서관 예산을 둘러싸고 벌인 어처구니없는 행정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은 최근 버밍엄 시의회가 예산삭감으로 현지 38개 도서관 중 일부의 도서구입 예산집행을 정지했다고 전했다.

해당 도서관에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신문과 도서 구입이 정지된다”는 공고가 나붙었다. “도서 구입은 개별적인 요청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시민들로부터 어떤 도움이든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해석에 따라 도서 기증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구절이다.

더불어 논란이 된 것은 2013년 1억8900만 파운드(약 3466억원)를 들여 지은 버밍엄 도서관이다. 여기 쏟아부은 예산 때문에 정작 지역 도서관에 집행할 돈이 모자라게 됐다는 이유였다. 이 도서관은 타 도서관의 도서구입 예산 정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값비싼 특별 컬렉션 등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은 영국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소설 ‘굉장한 음모’의 작가 조너선 코는 트위터를 통해 “새 도서관에 1억8000만 파운드를 쓰고선 새 책을 더 못 사겠다니, 끔찍하단 말로도 부족하다”고 쏘아붙였다. ‘내가 잠들기 전에’를 지은 S. J. 왓슨 역시 트위터에서 “버밍엄시가 멋진 도서관을 지었지만 이런 일이 생겼다. 정말 화가 난다”고 분노했다.

버밍엄 시의회 기술교육문화위원회 소속 페니 홀브룩 시의원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예산 축소를 위해 힘든 결정을 여럿 내려야 했다”면서 “그 중 하나가 도서구입예산 정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공식적으로 시민들에게 도서기증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물론 어떤 형태의 도움이든 환영하지만 시민들이 예산 부족을 메워주길 바라지는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