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3일 조제 무리뉴(52·포르투갈) 감독과 카네이로 사이에서 벌어진 첼시의 내홍을 정리한 온라인판 기사에 2년 전 아시아 투어 중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촬영된 25초 분량의 영상을 첨부했다. 첼시의 아시아 투어를 관전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모인 동남아시아 블루스 중 한 명이 촬영한 영상으로 보인다.
영상에는 경기가 아닌 훈련 중이어서 한적한 관중석의 한쪽에 블루스가 대거 모여 있었다. 이들은 카네이로가 흰 티셔츠와 파란색 유니폼 하의를 입고 편안한 차림으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카네이로를 반복적으로 연호하며 응원가를 불렀다.
카네이로는 고개를 저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 남성 직원은 블루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다가오는 카네이로에게 부럽다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카네이로는 그 남성 직원에게 “짓궂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지나갔다. 코칭스태프나 선수가 아닌 일반 직원 중 유일하게 팬덤을 형성한 카네이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카네이로는 스페인 남부 영국령인 지브롤터 출신이다. 스페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유학했다. 2009년 2군 팀 닥터로 첼시에 입사해 2011년 비야스 보야스 감독 체제에서 1군 의료진으로 합류했다. 카네이로는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이끌면서 미모까지 겸비해 대중적 인기를 받고 있다.
카네이로는 지난 9일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스완지시티와 2대 2로 비긴 2015-2016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를 마치고 무리뉴 감독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상황은 2대 2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4분에 발생했다. 핵심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가 상대의 반칙으로 쓰러지자 카네이로는 재빨리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갔다. 아자르의 몸 상태를 살피기 위한 정상적인 의료 행위였다.
카네이로가 아자르의 몸 상태를 살피는 동안 무리뉴 감독은 화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첼시에는 마지막 공격 기회였다. 이미 후반 7분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첼시는 상대팀보다 2명 부족한 9명이 마지막 공격 기회를 노려야 했다. 첼시는 추가골을 만들지 못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무리뉴 감독의 고함은 카네이로와 아자르를 향한 것으로 보인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의료진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충동적이고 순진하다. 벤치에 있는 팀 닥터는 경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네이로는 무리뉴 감독의 발언으로 자신을 향한 지지 여론이 생긴 사실을 의식한 듯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대중적 지지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첼시는 이런 카네이로에게 연습장으로 근무지를 제한했다. 사실상 팀 닥터 교체 조치로 볼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에 프리미어리그 의료진들과 축구팬들, 일부 블루스는 카네이로의 편에 섰고 구단의 입장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면서 첼시는 논란의 폭풍 속으로 휘말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