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오뚝이 같다. 쓰러질 듯 하면서도 절대로 주저앉지 않는다. 바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얘기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최약체 그룹으로 분류됐다. 키스톤 콤비(2루수·유격수)인 안치홍과 김선빈이 군에 입대했고, 중견수이자 톱타자인 이대형마저 kt 위즈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현재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와 5강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연패를 당하며 하위권 팀의 대명사인 엘롯기(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KIA) 동맹에 묶여 있다가도 힘을 추슬러 중위권 혼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12일 두산 베어스 경기를 앞두고 KIA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선발 투수만 비교해 봐도 두산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 수준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내세웠다. KIA 선발은 평균 자책점 6점대를 찍고 아직 승이 없는 김병현이었다. 더욱이 KIA는 최근 6경기 2승 4패로 부진했고, 정규시즌 3위 두산은 4승 2패로 상승세였다. 팀 핵심 전력 김주찬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런데 KIA의 근성이 빛을 발했다. 없는 살림의 KIA가 10대 3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가 없었단 SK를 끌어내리고 6위로 올라섰다. 5위 한화와의 승차도 두 게임 밖에 나지 않는다.
KIA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신구(新舊) 조화 덕분이다. 타선에서는 신인 김호령이 연일 팀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김호령은 두산전에서도 5회말 1사 만루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3타점 싹쓸이 3루타를 터뜨렸다. 김호령은 지난해 2차 신인 지명에서 전체 10라운드, 102번째로 입단했다. 사실상 최하위 순위로 지명됐다. 하지만 공격에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주고 수비에서도 빠른 발을 활용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주전 중견수로 발돋움했다.
고참들도 힘을 내고 있다. 프로 입단 16년 차인 김광수는 올해 개인 통산 최저인 평균 자책점 3.04를 기록하고 있다. 1974년생으로 KIA 최고령 투수인 최영필은 불펜에서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 44경기에 나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3.38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물론 이들을 하나로 묶는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도 빼 놓을 수 없다. 김 감독은 고참 선수들에게는 무한 신뢰를 보내고 비주전이나 어린 선수들과는 농담을 섞어가며 격의 없이 지낸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특정한 한 선수에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며 “최근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점이 좋아졌다. 일구일구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오뚝이’ KIA…“신구조화로 5위 경쟁 끝까지 간다”
입력 2015-08-13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