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챔피언십 코스는 벙커와의 전쟁

입력 2015-08-13 16:03
홈페이지 캡처

‘벙커와의 전쟁’ 14일 새벽(한국시간) 개막된 미국남자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제97회 PGA챔피언십 정상을 꿈꾸는 선수는 마지막 홀까지 벙커의 심술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회 코스인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 휘슬링 스트레이츠골프장(파72·7501야드)은 1000개 가까운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하늘에서 보면 홀에 따라 모래가 더 많은 홀이 있을 정도다.

2010년 이 코스에서 열린 PGA챔피언십은 마지막 날 18번홀(파4) 벙커에서 우승자가 바뀌었다. 당시 1타 차 단독 선두로 18번홀에 들어섰던 더스틴 존슨(미국)은 러프 근처 모래 위에서 세컨드 샷을 하기 전 클럽을 바닥에 두 차례 댔다. 원래 벙커로 만들어졌지만 대회 기간 갤러리들이 밟고 다녀 맨땅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지점은 분명 벙커였고 벙커에서 클럽을 지면에 댔기 때문에 2벌타를 받아 트리플보기를 범하고 졸지에 공동 5위로 밀려났다. 이후 그 벙커는 ‘더스틴 존슨 벙커’로 불렸다. 하지만 올해 문제의 벙커 위에 스탠드가 설치됐다. 존슨은 “PGA 사무국에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2010년 469야드였던 18번홀은 올해 51야드 더 길어져 또 다른 희생양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 조던 스피스(미국)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새로운 골프황제에 오를지도 관심이다. 세계랭킹 2위 스피스가 우승하고 매킬로이가 단독 2위를 하지 않는다면 세계 1위는 뒤바뀌게 된다. 또 스피스가 단독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둬도 매킬로이의 성적에 따라서 1위가 될 수 있다. 지난달 축구를 하다 왼쪽 발목 인대 손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해온 매킬로이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신 황제’ 등극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스피스는 또 한해 미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 3개를 석권하는 사상 첫 ‘아메리칸 슬램’도 노린다. 벤 호건(1953년), 타이거 우즈(2000년·이상 미국)가 한 시즌에 3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했지만 브리티시오픈 우승이 포함돼 있었다.

올 시즌 미국은 스피스가 마스터스·US오픈을, 잭 존슨이 브리티시오픈을 석권했다. PGA챔피언십 마저 우승한다면 1982년 이후 33년 만에 메이저 4개 대회 우승기록을 세우게 된다. 당시 미국은 크레이그 스테들러의 마스터스 우승을 시작으로 톰 왓슨이 US오픈과 디 오픈을 정복했고, 레이몬드 플로이드가 PGA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올려 일명 ‘USA 슬램’을 달성했다. 미국은 스피스 외에도 버바 왓슨, 더스틴 존슨, 잭 존슨, 리키 파울러 등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