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독립군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암살’이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다. 지난달 22일 개봉된 ‘암살’은 12일까지 940만3641명을 모았다. 평일 하루 15만명 정도 몰려들고 예매율도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늦어도 15일에는 천만클럽 가입이 확실하다. 1000만을 돌파할 경우 국내외 영화 통틀어서는 16번째, 한국영화로는 12번째가 된다.
‘암살’의 흥행 비결은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과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등 스타 배우들의 열연에 기인하지만 광복 70주년에 맞춰 개봉한 타이밍도 주효했다. 영화는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의 백범 김구와 의열단 김원봉 단장 등 역사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사실감을 높였다. 또 이름 없는 독립투사들의 목숨 건 활약을 가상의 판타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암살’은 처음엔 20대 여성 관객이 주축을 이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암살’ 관객은 개봉 첫 주 20대가 39%를 차지했고 30대 25.6%, 40대 22.9%였다. 2주차에는 20대 38%, 30대 25.1%로 다소 줄어든 반면 40대가 24.1%로 높아졌다. 20~30대는 물론이고 40대를 끌어들인 1000만 영화의 흥행공식을 ‘암살’도 이었다.
‘애국심 마케팅’도 한몫했다. 나라를 되찾으려 목숨 걸고 뛰었으나 역사에 이름이 남지 않은 독립투사들의 희생정신이 관객들을 뭉클하게 했다. 독립군이 암살 작전을 펼치기 직전 태극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장면과 저격수 안옥윤이 “천장에 비가 새도 지붕을 고치지 않는 이유는 집에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대사도 심금을 울렸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이 논란인 가운데 일본군 사령관과 친일파를 암살함으로써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 것도 흥행 요인이다. 지난해 1400만명을 동원한 ‘국제시장’이나 올해 600만명을 불러들인 ‘연평해전’이 보수우익 성향을 보여줬다면 ‘암살’은 항일 아나키스트 김원봉이 나오고 반민특위를 다루는 등 이데올로기를 아우르는 시대극이라는 평가다.
이 영화를 배급하는 쇼박스 관계자는 “가장 두드러지는 관객 반응은 ‘고맙다’라는 것”이라며 “특히 젊은 관객들이 잘 몰랐던 이야기라며 재미와 의미,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접하면서 “감사하다” “멋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죽어서도 독립만세를 부르리라”고 외치며 송죽비밀결사대를 조직한 김경희, 독립전쟁에 참전한 오광심 지복영 박차정, 항일대전에 참전하고자 여성 비행사가 된 권기옥 등의 활동과 업적이 부각되기도 했다. ‘암살’이 ‘명량’이 보유하고 있는 최다관객(1700만명) 기록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영화 ‘암살’ 광복절에 1000만 관객 돌파한다
입력 2015-08-13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