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유물 '장계별책' 알고보니… 장물업자 거쳐 박물관 행

입력 2015-08-13 12:57
부산의 한 박물관에서 발견된 이순신 장군의 유물 ‘장계별책’이 장물이라는 경찰 수사결과가 나왔다. 충무공 후손의 지인이 유출해 장물업자에게 넘긴 것을 박물관 측이 구입했다는 것이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화재를 유출·은닉하고 취득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김모(55)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또 장계별책이 장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구입한 혐의로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사 백모(32)씨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7년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덕수이씨 15대 종부 최모(59·여)씨로부터 쓰레기 정리 등 집안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덕수이씨 종가를 방문했다.

김씨는 고물상에 판다며 종가에 있던 장계별책 등 고서적 112권을 충남 천안 자신의 집으로 가져와 은닉하다가 2011년 6월쯤 고물수집업자 조모(67)씨에게 300만원에 팔아넘겼다.

조사 결과 이 책들은 문화재 매매업자 등을 거쳐 일부는 문화재 경매 사이트에 팔렸고, 장계별책만 문화재 매매업자 김모(54)씨 등을 거쳐 2013년 4월 국립해양박물관이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계별책은 이순신 장군이 1592년 전라좌도 수군절도사 재임 시부터 1594년 삼도수군통제사를 겸직할 당시까지 선조에게 전쟁 상황을 보고한 상황보고서 68편을 이 장군 사후인 1662년에 만든 필사본이다.

이 책에는 난중일기나 임진장초에 없는 상황보고서가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오성 이항복이 이 장군에 대해 쓴 내용 등도 담겨있어 가치가 매우 높은 국보급 유물로 알려졌다.

국립해양박물관 측은 경찰조사에서 “이순신 장군의 유물이지만, 표지에 충민공계초라고 적혀 있어 장계별책과 같은 책인지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장계별책 외에 김씨가 은닉했다가 팔아넘긴 고서적 109권도 압수해 덕수이씨 종가에 돌려줬다.

김연수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쌍룡검과 감결 등 이순신 장군의 분실된 유물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것”이라며 “문화재 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법령의 미비점에 대해 관련 부처에 개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