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통증 잠깐 왔다 사라지는 ‘변이형 협심증’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흡연, 스트레스가 ‘독’

입력 2015-08-13 12:10

‘잠깐 동안 가슴이 조여오는 통증이 있다가 곧 사라진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 같은 증상이 있더라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를 무심코 넘겼다간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심장 혈관의 경련 때문에 발생하는 ‘변이형 협심증’으로 돌연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5명 중 1명은 ‘변이형 협심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백상홍, 인천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신동일 교수팀은 한국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특성과 예후에 대한 첫 대규모 임상 연구결과를 미국 심장학회 발행 학술지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1개 국내 대학병원 심혈관센터에 가슴 통증으로 방문한 환자 2129명의 관상동맥에 혈관이 경련에 의해 좁아지는 유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중 21.3%(454명)이 ‘변이형 협심증’으로 진단됐다고 설명했다.

변이형 협심증 환자를 24개월간 추적 관찰할 결과 0.9%(4명)은 심장사, 1.6%(7명)는 심각한 부정맥, 1.9%(8명)는 급성 심급경색증과 같은 급성관동맥증후군으로 조사됐다.

변이형 협심증은 가슴이 조이거나 압박감이 오는 가슴 통증이 대부분 갑자기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져 진단이 어렵고 표준 치료법도 정립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이번 연구가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협심증은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제대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해 생긴다. 수도관을 오래 쓰면 좁아지듯이 동맥경화로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변이형 협심증은 스트레스나 흡연과 같은 자극으로 혈관에 경련이 생겨 혈관이 수축되며, 자극이 없어지면 혈관이 정상으로 회복한다.

백 교수는 “마치 밤에 자다 근육에 쥐가 나서 꼼짝 못하다 근육이 풀리면서 증상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의 심각한 동맥경화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혈관이 좁아진 상태가 지속되면 급성 심근경색증, 부정맥 등 합병증이 생기고, 급성 심장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백 교수는 “변이형 협심증은 안정시에는 통증이 없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 같이 일시적으로 생겨 신경성이나 위장관계 질환으로 오진되기 쉬우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생기면 재빨리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면서 “특히 흡연은 고위험인자인 만큼 변이형 협심증 환자들의 금연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