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월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워싱턴에서 갖는다고 양국이 발표했다. 6월16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연기했던 양국 정상회담 일정을 4개월 만에 다시 확정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박 대통령의 10월 방미 일정을 한국시간으로 13일 새벽 시점에 맞춰 공동 발표했다.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강력하고 역동적이며 진화하는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양국간 협력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고, 백악관도 성명에서 “한·미 파트너십의 강도와 폭을 강조하는 동시에 양국 국민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양국 동맹의 공고함을 재차 확인했다.
박 대통령의 해외 방문 일정은 해당국 정상과의 회담 일정이 임박해서 공식 발표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확히 두 달 전에 회담 일정을 공개했다. 언론 사전 공지는 13일 새벽 0시를 전후해 이뤄졌고, 양국 조율 하에 한국시간으로 13일 새벽 5시(미국 현지 오후) 공식 발표가 진행됐다.
초청국(미국)이 일정을 먼저 발표하고, 방문국(한국)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공개한다는 외교관례에 따라 미국 측 발표 시간에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여름 휴가 기간에 발표가 이뤄진 것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발표 형식을 놓고 내달 3일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 행사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있다.
최근 국내외 언론발로 미국이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불참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보도됐고, 청와대와 백악관 모두 이를 부인하는 과정이 전개되면서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를 둘러싸고 외교게임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미·중이 동북아 패권경쟁을 벌이는 상황인데다 서방국가들 가운데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 의사를 표시한 나라가 아직 없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참석여부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중국의 자국 군사력 과시를 위해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전승절 참석을 공식화하기에 앞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먼저 발표해 미국으로부터 사전양해를 얻으려 한 게 아니냐는 관망이 나온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새벽에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일정, 중국 전승절 참석 사전포석?
입력 2015-08-13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