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땅에서 무릎 꿇었다고?” 하토야마 전 총리 향한 日 넷우익의 저주

입력 2015-08-13 00:05
12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추모비에 헌화하고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독립운동가 추모비 앞에서 무릎 꿇고 참배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일본 넷우익(극우성향의 네티즌)에게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2일 오후 2시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았다.

그는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여옥사 8호 감방을 시작으로 옥사와 사형장 등을 둘러보며 수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후 순국선열 추모비 앞에 선 하토야마 전 총리는 신발을 벗고 헌화했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은 채 묵념한 뒤 큰 절을 올렸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 통치하던 시대에 독립운동, 만세운동에 힘쓴 유관순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서대문형무소에) 수용돼 고문을 당했고 가혹한 일이 벌어졌으며 목숨까지 잃었다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떠올리며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후 70주년의 해를 맞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14일 담화를 내놓는다고 들었다”며 “발표가 된다면 당연히 일본이 과거 어떤 일을 했는지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식민 통치, 중국 참략 등이 역사적 사실로 담겨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진심’은 일본 넷우익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하토야마가 무릎 꿇고 사죄했다는 기사 밑에는 원색적인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조선 땅에 무릎 꿇어 엎드렸다고?”

“진정한 매국노다.”

“그렇게 사죄하고 싶다면 자기 재산으로 배상금을 내면 되겠네.”

“사과할 필요가 없는데. 자기 조상을 범죄자 취급하다니.”

“우습다. 무릎 꿇은 동상이 돼버렸네.”

“국가 반역죄로 처형해버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2015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2010년 6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그는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