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력 우익단체인 ‘일본회의’가 종전 70주년을 앞두고 “대동아전쟁은 자위(自衛·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며 과거 침략 사실을 부정하는 입장을 발표해 공분을 사고 있다. 일본회의는 아베 내각의 각료 20명 중 15명이 이 단체 산하조직 소속일 정도로 규모와 영향력이 큰 우익단체다.
일본회의 홈페이지에는 지난 6일자로 ‘종전 70년에 즈음한 견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일본회의 측은 “대동아전쟁은 미국과 영국 등에 의한 경제 봉쇄에 저항한 자위전쟁으로서 일본이 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동아전쟁은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일본 우익세력이 일본의 동남아 공격과 진주만 기습으로 시작한 태평양전쟁을 칭할 때 쓰는 용어다.
일본회의는 “중·한 양국은 우리나라(일본)의 근현대사를 양국에 대한 일방적인 침략의 역사라고 보고 우리나라에 사죄를 요구하는 외교 압력을 가해왔다”며 역사인식 갈등의 책임을 한국과 중국 쪽에 전가했다.
또 “보통 사회생활에서 일어나는 다툼에서도 한 쪽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단정되지 않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의 행위만이 일방적으로 단죄될 까닭은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전후 우리나라(일본)에서는 과거의 역사에 대해 사실 관계를 무시한 근거 없는 비난이 일본 정부와 일본군을 향하는 풍조가 횡행해왔다”며 “이른바 ‘종군 위안부(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문제도 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재판기록 등으로도 명백히 입증된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근거없는 비난’이라고 한 것이다.
일본회의는 이어 “다행히 종전 70년을 맞아 일본에서 겨우 이런 풍조와 결별해 사실에 입각한 역사 인식을 세계에 보여주려 하는 움직임이 태어났다”며 “아베 총리의 일련의 언동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아베 총리를 은근히 부각시켰다.
일본회의는 1997년 5월 보수계 종교단체 등이 만든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보수 성향 문화인과 옛 일본군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한 단체다. 회원 수가 3만5000명에 달하고 일본 내 47개 전 광역자치단체별 본부와 228개 지부를 갖출 만큼 일본 사회에 단단히 뿌리내린 단체다. 이들은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란 산하 조직을 두고 있는데 이 조직에는 아베 내각과 자민당 거물들이 많이 가입돼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일본회의 광복절 앞두고 또 망언…“대동아전쟁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
입력 2015-08-12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