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무자본 인수하려 주가 조작한 조폭 적발

입력 2015-08-12 19:45
금융감독원은 주식 담보 가격을 높여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하려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조직폭력배 A씨(43) 등 일당 11명을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방 유명 폭력조직 부두목 A씨는 2013년 초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에너지 시설업체 E사를 무자본 M&A 표적으로 삼았다. 무자본 M&A는 기업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최대주주에게 지분 인수 대금을 지급하고 경영권을 넘겨받는 방식이다. 담보로 잡힌 주식 시가의 일정 비율만큼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수록 대출자에게 유리하다.

A씨는 주식 거래 계좌도 갖고 있지 않을 정도로 증시에 문외한이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시세조종 전문가 B씨로부터 무자본 M&A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획을 세웠다. A씨는 E사 대주주와 지분 인수 계약을 맺기로 합의한 뒤 B씨 등을 통해 주가 조작에 가담할 사람들을 모으고 전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1초에 3~6회씩 매매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샀다.

일당은 2013년 2월 18일부터 약 한 달간 1724차례 매수 주문을 내 E사 주가를 1600원에서 5670원으로 4배 가까이 띄웠고, 주식 담보가격은 40억원에서 16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E사가 다른 회사와 지분 매매 계약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 성사를 막기 위해 그 회사에 조직원들을 보내 집기를 부수며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M&A는 결국 무산됐고, 일당은 초단기 소량 매매 방식으로 주식을 팔아치워 3억4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A씨 등 7명은 12일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검찰 고발, 나머지 가담자들은 검찰 통보 조치가 결정됐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