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스타트업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 변화 속도가 유독 빠른 ICT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다음카카오가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를 단독 대표로 내세운 것도 이런 흐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별도 양성 기구를 설립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공룡들도 M&A를 통해 기술·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10일 30대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인 임지훈(35)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다음카카오 단독 대표에 내정했다. 다음카카오는 국민 게임 ‘애니팡’ 등을 발굴한 임 내정자를 앞세워 각종 M&A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1월 스타트업 인수·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전문 투자사인 케이큐브벤처스 지분 100%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다음카카오가 올해 인수한 기업만 벌써 8개에 달한다. 지난 5월 미국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패스’를 인수했고, 같은 달 ‘국민내비 김기사’를 제작·서비스하는 록앤롤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달 초에는 다음카카오의 투자 전문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이 자동차 외장수리 견적 앱 업체인 ‘카탁’의 지분 53.7%를 인수했다. 전방위적인 M&A에 나선 분위기다.
네이버가 올해 진행한 M&A 건수는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를 통해 진행한 2건을 포함해 총 3건에 불과하다. 다음카카오에 비해 M&A 속도는 다소 더디지만 스타트업이 먼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지난 5월 스타트업 양성기구인 ‘D2 스타트업 팩토리’를 설치해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역시 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구글은 아가위(게임 플랫폼), 펄스아이오(모바일 앱 성능 모니터링), 타임풀(일정관리), 아테나(무선통신) 등 8개 기업을 인수했다. MS도 지난해 2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8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이밖에 트위터가 6개, 애플 5개, 페이스북이 4개의 기업을 각각 인수했다.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거래를 의미하는 ‘메가딜(Megadeal)’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이달 초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4년 사이 미국 ICT 시장에서 이뤄진 메가딜은 총 131건에 달한다.
ICT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ICT 산업 특성상 경쟁이 치열하고 기술 및 시장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또 서비스 중심 시장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M&A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구글은 M&A를 진행한 이후 인수한 기업의 서비스는 종료시키고, 해당 인력들을 기존 구글 서비스에 투입하기도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국내외 ICT 기업들 “적극적 신생벤처 M&A로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
입력 2015-08-12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