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연이어 서로의 인접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유럽 전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나토가 무력 충돌을 가상해 실시해온 대규모 군사훈련이 잦아지면서 실제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런던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유러피안 리더십 네트워크(ELN)’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크림반도를 비롯해 북극해, 발트해 등 유럽 각지에서 나토와 러시아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비롯해 핀란드와 인접한 북극해 연안의 콜라반도, 역외 영토로 폴란드에 인접한 칼리닌그라드 등에서 8만여명의 군 병력을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여왔다. 러시아군은 전함 65대와 잠수함 15대, 항공기 220대와 중화기 1만2000대 등을 동원했다.
또 지난 4월부터 영국 해협과 발트해, 북극해 등지에서 러시아 전투기들이 예고 없이 등장해 양측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러시아의 이러한 군사활동에 맞서 나토도 꾸준히 군사훈련을 진행해왔다. 지난 5월에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3개국이 주도해 합동 공중전투훈련인 북극대응훈련(ACE)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미국, 영국, 독일 등 나토 회원국이 함께 참가했다. 이어 6월에는 러시아에 인접한 발트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을 포함해 22개국의 1만5000여명 병력이 참가하는 ‘연합방패(Allied Shield)’ 훈련도 발트해 인근에서 진행했다.
‘연합방패’ 훈련은 스웨덴과 폴란드에서의 상륙작전에 주안점을 둔 발트해 해군 훈련이 포함됐다. 또 공수부대와 기갑부대 간 작전을 포함한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국에서의 정규군 훈련, 크림 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침투와 특히 친러시아 성향의 현지 게릴라(비정규전 요원)와의 교전에 대비, 발족된 합동 임무 부대의 첫 배치 등도 포함됐다.
러시아와 나토 모두 훈련이 방어적인 성격이라고 강조해왔지만 ELN은 보고서를 통해 “두 훈련 모두 각자의 군사 능력과 전쟁 계획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훈련의 성격과 규모를 보면 러시아는 나토와의 전쟁을, 나토는 러시아와의 미래전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특히 각 진영이 상대방의 군사 능력과 장비 등을 평가하기 위해 훈련장소 인근까지 접근하면서 군사 충돌 직전 상황까지 갈 뻔했다며 훈련 계획과 관련해 나토와 러시아아가 소통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안 키언스 ELN 소장은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상대방에게는 도발로 비쳐지는 데다 불신과 불가측성을 더 확대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은 군사훈련의 역효과를 줄일 수 있는 적합한 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한 정치적 판단과 자제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러시아 나토 무력충돌 가능성 커지고 있다
입력 2015-08-12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