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 회복과 미 금리인상 선제대응 두마리 토끼 잡을까

입력 2015-08-12 16:50
중국이 연이틀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에 나선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가 다급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성장세가 확연히 꺾인 올해도 문제지만 내년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9월 이후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달러화 움직임과 연동된 위안화가 덩달아 강해져 수출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하로 미국의 금리 인상에 선제대응하면서 동시에 ‘수출 체력’을 회복하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해석된다.

코넬대의 국제경제학자인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12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경제가 어려워진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를 전부 다 꺼내 쓰는 상황으로 보면 된다”며 “내수진작 및 금융안정 조치, 위안화 절하를 통한 수출증진책 등을 다 동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세계의 공장’으로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달보다 8.3%나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7%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은 이미 시장에서 굳어졌다. 게다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경제는 이렇게 나빠졌는데도 아이러니하게 위안화 가치는 계속 올라갔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변동을 주로 달러화에 연동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2011년 5월부터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이후 엔화는 34.9%, 유로화는 26.3%, 원화는 8.4% 각각 절하됐지만 위안화만 4.5% 절상됐다. 수출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게 올 들어 여실히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이 위안화를 더 이상 달러화 움직임에만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인위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기관인 USB의 중국 분석가 타오 왕은 보고서에서 “잇따른 위안화 평가절하는 환율 문제에 관한 중국 정부가 방향을 전환한 시그널로 읽힌다”며 “추가적인 평가절하가 예상되고 그동안 강세였던 위안화가 아주 빠른 속도로 절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위안화 평가절하가 계속되면 중국에서 해외로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돼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 추가적인 평가절하가 이뤄지면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나라들도 환율전쟁에 뛰어들 수 있어 효과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어느 선까지 용인할지도 관건이다.

아울러 미국이 9월쯤 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 경제의 향배도 지켜봐야 한다. 빚이 많은 미국인들이 금리인상으로 소비를 급격히 줄인다면 중국의 수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금리 인상 뒤 미 경제의 연착륙이 전제돼야 중국의 수출 활성화와 경제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의 선순환을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필리핀의 아만도 테탕코 중앙은행장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의 수출이 늘고, 덩달아 주변국의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