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뢰 도발 후 왜 침묵하나

입력 2015-08-12 16:38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사건을 북한군 도발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는데도, 북한은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아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침묵은) 남한 내부반응을 살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천안함 피격 당시와 같이 정부 발표에 대한 반발 여론이 생기면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입장을 내놓으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지뢰 도발의 원인을 놓고 남·남 갈등이 불거질 경우 이에 편승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북한은 천안함 피격사건 때도 상당기간 침묵을 지켰다. 민·관 합동조사단 활동이 시작되면서 ‘북한 연루설’이 대두되자, 침몰 22일 만인 2010년 4월 17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우리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해 5월 20일 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북한 어뢰 공격을 지목하자 즉시 ‘날조극’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당시 북한은 이런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별다른 근거는 밝히지도 않았다. 다만 우리 정부 발표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남한 일각의 주장을 답습했을 뿐이다. DMZ 지뢰 사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에는 아예 반북정서가 더 강해지며 기대하던 ‘구도’가 나오지 않자 관망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뢰 도발이 북한 수뇌부가 아닌 일선부대의 독단적 행동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일선 부대 지휘관이나 병사가 독자적으로 우리 측에 도발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상부의 진상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며 “남한의 대응도 강경해 북한도 대책 마련에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수일 내에 관영 매체나 대남 선전기구 등을 통해 지뢰 도발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DMZ 내에 목함지뢰가 무수히 많다는 주장을 내세워 천안함 때와 마찬가지로 공동 조사를 제안해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실장은 “이번 주말까지는 (북한이) 입장을 내놓지 않을까 주목한다. 아마 강도 높게 발뺌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