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단장 인터뷰] “위축된 시극단, 제대로된 작품으로 활로 열겠다”

입력 2015-08-12 17:54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이 지난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정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취임 후 첫 연극을 내놓는 김 단장은 “작품을 통해 서울시극단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서울시극단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난 6월 1일 3년 임기의 서울시극단장에 임명된 연출가 김광보(51)는 요즘 세종문화회관과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취임 이후 처음 올리는 연극 ‘나는 형제다’(9월 4~2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습이 한창이어서다. 그와 오랫동안 콤비로 활약해 온 극작가 고연옥의 신작 ‘나는 형제다’는 2013년 미국 보스턴마라톤 테러 사건을 일으킨 러시아 체첸공화국 이민가정 형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현대사회 폭력의 본질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지난 10일 세종문화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서울시극단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작품 외엔 방법이 없다. 과격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서울시극단의 정체성이 이제 나와 직결되는 만큼 이번 작품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광보는 국내 연극계에서 자신의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된 연출가다. 부산 출신으로 1994년 극단 청우의 ‘종로 고양이’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한 이후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들로 늘 주목을 받았다.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으며 2009부터 2년간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부임한 이승엽 사장은 오랫동안 침체돼 있던 극장의 활성화를 위한 출발점으로 서울시극단의 변화를 꼽았다. 그리고 적임자로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서울시극단에서 몇 차례 작업한 경험이 있는 김광보를 초빙했다.

그는 “서울시극단은 현재 이도저도 아닌 상태다. 단장을 포함해 정원이 겨우 11명인데, 연기단원(배우) 5명에 최근 뽑은 지도단원도 2명뿐이다. 단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예술단체의 문제점으로 인해 서울시극단도 계속 위축되다 보니 제대로 작품을 만들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배우 5명의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레퍼토리를 선정하는 한편 내년부터 시즌제 단원제를 도입해 작품을 안정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임기 동안 정기 공연 연출은 직접 맡을 예정이다. 외부 연출가를 초빙해 무대를 맡겼던 관행과 다른 행보다. 그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독식한다는 비판도 우려되지만 기본적으로 서울시극단의 정체성을 완성하기 위해서다”면서 “일관성 있게 3년간 하다 보면 뭐라도 하나 서울시극단의 색깔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지하에 200석 규모 블랙박스 씨어터 형태의 소극장을 짓겠다는 이승엽 사장의 계획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배우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630석의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공연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는 “블랙박스 씨어터가 생기면 같은 예산과 배우로도 1년 최소 4~5편을 공연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기반이 갖춰지면 동료와 후배 연출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