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편집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뢰에 무너진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DMZ 지뢰 사고는 분명 북한의 소행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는데도 우리 국방부는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아 이상했다면서 글을 시작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알고 지내던 예비역 대령이 전화를 통해 북한과 관련성이 낮은 사고라고 언론에서 말하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면서 “그는 해당 후배의 여러 사정을 설명하면서 ‘우리 지뢰일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했다”고 전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김광진 의원이 ‘북한 지뢰라는 제보를 받았다’고 공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으며 국방부가 10일 난데없이 북한 지뢰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즉 사고가 발생한 지난 4일부터 6일이 지나서야 북한의 도발이라고 말한 것은 지나치게 느린 대응이라는 것이다.
김종대 편집장은 군 작전의 핵심은 적시성이라며 도발이 확실한데도 우리 군은 대체 왜 곧바로 응징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북한이 관련된 대공 용의점이 있는 사안이라면 당장 해당부대는 비상을 걸어야 한다. 합참의 위기조치반도 소집되었어야 한다”면서 “도발이 확실하다면 바로 응징작전이나 대응작전이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6일이 지나도록 가만있다가 이제 와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DMZ 주도권 장악 작전을 실시한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이게 실효성이 있습니까? 게다가 야당은 왜 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요?”라며 후속 대처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군의 늑장 대응 사태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구체적으로 무엇을 규명해야할지 조목조목 나열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한반도 평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북한의 파렴치한 도발이 맞다”면서도 “해당부대가 국방부에 올린 최초 보고 내용은 무엇이었으며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는 언제 어떤 내용으로 보고하였는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 국방장관이 북한제라는 판단을 한 시점은 언제인지도 확실히 밝혀야 하고, 책임자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 실제로 북한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우리 정보기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민간인 사찰에나 몰입하고 있으니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정치에는 그리도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없는 간첩 잡는다고 호들갑 떨더니 이번에는 왜 늦었습니까? 민간인이 오히려 국방부보다 사태를 먼저 파악하고 말했다는 걸 무얼 의미하는 겁니까? 정말 이 정부 못 믿겠습니다. 불안해서 어디 살겠습니까?”라며 글을 맺었다.
네티즌들은 공감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 글에는 좋아요 1100개와 댓글 40여개가 달렸다. 페친들은 “우리 정부가 우리를 제대로 지켜주고 있는지 심각하게 걱정된다”는 식의 댓글을 달고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다음은 페북 글 전문>
지뢰에 무너진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지난 토요일 오후쯤으로 기억됩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예비역 대령이 저에게 전화가 와서 “전방의 지뢰 사고가 아무리 보아도 이상하다”는 겁니다. 북한의 지뢰가 분명한 데 정부는 “폭우에 유실된 지뢰”이며 “북한과의 관련성은 낮은 사고”라고 언론에 말하는 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이 예비역 장교는 해당 부대의 여러 사정을 설명하며 “우리 지뢰일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대꾸하기를 “북한 지뢰가 맞다면 정부가 저렇게 태평한 게 말이 되느냐, 호들갑을 떨어도 보통 호들갑을 떨지 않을텐데”라며 의문을 표시했지요. 그리고 주말에 김광진 의원이 “북한 지뢰라는 제보를 받았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사태는 급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제(10일) 국방부는 난 데 없이 “북한 지뢰로 밝혀졌다”며 북한에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는 조치를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최초 지뢰 사고가 발생한 8월 4일로부터 6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북한의 지뢰 도발이라고 말하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느린 대응, 이건 무얼 말하는 걸까요? 전방 지뢰가 북한제라는 걸 밝혀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해당 부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일인지도 모릅니다. 북한이 관련된 대공 용의점이 있는 사안이라면 당장 해당부대는 비상을 걸어야 합니다. 합참의 위기조치반도 소집되었어야 합니다. 군의 모든 정보와 작전의 핵심은 적시성(適時性)입니다. 도발이 확실하다면 바로 응징작전이나 대응작전이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그런데 6일이 지나도록 가만있다가, 그것도 일부 예비역들과 국회의원이 말하는 동안에도 국방부는 아무런 대응 작전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와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DMZ 주도권 장악 작전을 실시한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이게 실효성이 있습니까? 게다가 야당은 왜 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요?
사태를 정확히 규명해야 합니다. 여러 예비역들의 의견을 참고해 볼 때 북한 지뢰는 맞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 평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북한의 파렴치한 도발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전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였다면 해당부대가 국방부에 올린 최초 보고 내용은 무엇이었으며,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는 언제 어떤 내용으로 보고하였는지 상세히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국방장관이 북한제라는 판단을 한 시점은 언제인지도 확실히 밝혀야 합니다. 통상 이런 일이 벌어지면 군 지휘부의 대응이 상세히 기사화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습니다. 또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사라졌던 걸까요? 그날 합참의장은 천안함 사건 때처럼 또 외부 행사하고 술을 먹었던 걸까요? 도대체 작전의 책임자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할 것 아닙니까? 북한이 쳐들어 와도 이렇게 대응할겁니까?
그동안 입으로만 국가 안보를 외치고 정보기관이 민간인 사찰에나 몰입하고 있으니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리가 없습니다. 이건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닙니다. 국내 정치에는 그리도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없는 간첩 잡는다고 호들갑 떨더니 이번에는 왜 늦었습니까? 민간인이 오히려 국방부보다 사태를 먼저 파악하고 말했다는 걸 무얼 의미하는 겁니까? 확실히 밝혀야 합니다. 어물쩡 그냥 넘어갈 생각이라면 이번 기회에 확실히 버릇을 고쳐 놓아야 합니다. 정말 이 정부 못 믿겠습니다. 불안해서 어디 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