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에서 승리를 놓고 싸웠지만 장외에서는 동료이자 친구였다. 선수들은 2015 동아시안컵 마지막 날 다음을 약속할 수 없는 만남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우정의 ‘셀카’를 남겼다.
대표팀의 공격수 전가을은 11일 국민일보에 북한 선수들과 촬영한 사진을 건넸다. 대표팀 동료 조소현, 김도연(이상 인천 현대제철), 권하늘(부산 상무), 이은미(이천 대교)가 동갑내기 북한 공격수 라은심과 밝게 웃으며 촬영한 사진이다.
남북 선수들은 지난 8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대결했다. 승자가 우승을 확정하는 이 대결에서 북한은 2대 0으로 승리했다. 승부는 엇갈렸지만 누구도 억울한 표정을 짓거나 상대를 도발하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고 북한 선수들은 감사의 인사로 화답했다.
사진은 시상식을 마치고 각각의 대표팀 버스로 올라타기 직전에 촬영한 것이다. 같은 호텔에 묵었지만 거의 마주치지 못한 남북 선수들에게 동아시안컵 시상식장은 어쩌면 마지막 만남의 추억을 남길 장소일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국제대회에서 남북 대결은 성사될 수 있지만 선수끼리는 만남을 약속할 수 없다.
전가을은 SNS에 공개하지 않고 소장한 이 사진을 국민일보에 전달하면서 “아시안게임 때부터 만나면 같이 사진을 찍었다. 라은심과는 같은 88년생 친구라서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셀카를 찍고 있을 때 북한 대표팀 관계자는 “빨리 이동하자”고 독촉했다. 이들의 짧은 만남도 그렇게 끝났다. 남북 선수들은 우정과 화합을 암묵적으로 약속했지만 남북관계는 순식간에 냉각됐다. 지난 4일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폭발해 부사관 2명의 다리를 절단한 목함 지뢰가 북한군의 소행으로 지난 10일 밝혀지면서다.
전가을은 “우리끼리는 잘 지내는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북한 친구들이 김정은에게 축하 받는 장면을 뉴스를 통해 봤는데 엄청 좋아하더라. 그래도 앞으로 경기에서는 꼭 우리가 이겨서 축하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북한은 내년 2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2016 리우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다시 대결한다. 남북이 다시 꾸릴 대표팀에서 탈락하지 않은 선수는 재회할 수 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남북 여자축구 우정의 셀카
입력 2015-08-12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