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서울시향 신임 대표 “성장통 겪는 중”

입력 2015-08-11 18:16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법인화 10년이 되면서 성장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은 ‘악마의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면 앞으로 10년 뒤 서울시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7월 1일 취임한 서울시향 최흥식(63) 신임 대표가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말 박현정 전 대표의 직원 성희롱 및 막말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금도 일부 보수단체가 제기한 정명훈 예술감독의 업무비 횡령 혐의 고발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박 전 대표 사임 후 6개월의 공백 끝에 서울시향을 맡게 된 최 대표는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이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만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놓친 부분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에 서울시향이 자성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익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른 시일 안에 경찰 조사와 고소 고발 등 서울시향을 둘러싼 사건들이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울시향을 정치적 잣대로 삼는 것은 그만하고 음악으로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말로 계약이 끝나는 정명훈 예술감독과의 재계약 문제는 그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올 초 정 감독은 계약을 1년 임시 연장하면서 서울시가 약속했던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과 예산 증액을 향후 재계약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최 대표는 “내년 시즌을 이어가려면 적어도 9월 말까지 정 감독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정 감독과 심각하게 논의 중이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용홀 문제는 서울시가 적극 검토 중이며 건립에 긍정적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 감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계약은 계약”이라고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장과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거친 전문경영인 출신인 최 대표는 간담회에서 ‘고품격 클래식 음악’과 ‘경영조직 효율화’를 화두로 내놨다. 그는 “서울시향은 고품격의 클래식 음악으로 서울시민의 행복을 증진시켜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향유할 기회를 좀더 많이 주는 한편 높은 음악적 완성도로 시민의 자부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 안정화와 경영 효율화가 필수적이긴 하지만 경영은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 여건을 조성해야지 그 앞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단원 120명, 직원 20∼30명으로 구성된 서울시향이 작은 조직이다 보니 부족하고 서툰 점도 많지만 속도조절하며 하나씩 고쳐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올해 113회인 공연 횟수를 내년에 140회로 늘리는 등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지휘자 육성·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 감독과 최수열 부지휘자 외에 추가로 우수 지휘자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